삼성·대한·교보생명 및 KB금융지주 등 투자설명회 발송
ING생명 아·태 법인은 총 규모 7~8조원에 달하는 국내 생명보험업계 4위권 회사로 만약 타회사에 인수될 시 현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권 업체들 간의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주 인수후보군들에 투자안내문이 배포됐으며 이달 중순께 투자설명회(IM)가 발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아·태 법인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티저 레터’라고 불리는 투자안내문을 지난주 인수후보군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저 레터란 잠재투자자에게 매각물건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관심을 유도하는 투자유인서로 인수·합병(M&A)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최초의 작업 단계이다.
현재 티저 레터를 받은 국내업체는 삼성·대한·교보 등 업계 대형보험사들과 KB금융지주이며, 해외업체는 AIA그룹, 메트라이프, 매뉴라이프, 선라이프, 푸르덴셜 등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수의 투자자들로 뭉친 일부 사모투자펀드(PEF) 등도 인수후보군에 올라 20여 곳 정도에서 티저 레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 아·태 법인 매각주관사는 이달 중순까지 비밀유지서약(CA)을 제출한 인수후보군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한 달의 검토 기간을 거쳐 다음달 중순께 1차 입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NG그룹은 최소 70억 달러에 아·태 법인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며, 매각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입장이다.
ING아·태 법인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등 7개 나라에서 영업 중이다. 한국법인은 국내 시장점유율 5%로 업계 4위권이다. 이들을 분리 매각할 것인지 모두 묶어 통합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인도법인은 현지 보험회사와 합작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매각 시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조건이며, 매각방식은 아직 유동적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아·태 법인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외 인수후보군들의 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업체 중엔 KB금융지주와 대한생명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KB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인 KB생명은 현재 5조원 수준으로 여기에 20조원 규모의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4위권까지 점유율이 확장된다. KB금융지주 측은 아·태 법인 전체보다는 한국법인 인수만 주목하고 있으며, 해외법인에 대해선 별도로 인수할 전략적 파트너십이 있는 회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양생명의 본입찰을 진행 중인 대한생명은 ING생명에도 눈독을 들이는 입장이다. 업계 4위인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의 뒤를 더 바짝 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입찰 결과에 따라 해외법인 혹은 국내법인을 선별적으로 인수할 계획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한국법인 인수에 관심을 보인 상태다. 하지만 ‘보험사가 대주주와 자회사 발생 주식 채권을 총자산의 3% 이내에만 보유할 수 있다’는 보험업법 106조가 걸림돌로 작용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조8000억원 이내에서만 투자가 가능한데 현재 추정되는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가격은 최소 3조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경우도 교보생명처럼 ING생명 인수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삼성생명은 현재 점유율 26%로 국내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상황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 점유율 30%로 완전한 독주체제가 굳어진다. 다만 무리한 국내시장 확장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어 ING생명 아·태 법인에 대한 가치평가를 지속적으로 관찰 중이다.
해외업체들도 ING생명 아·태 법인에 대한 가치를 꾸준히 계산중이다. AIG를 인수한 푸르덴셜 그룹은 ING생명마저 사들여 아시아 시장 개척을 넓히려 하고 있고, 아시아 최대 보험사인 AIA과 캐나다 보험업체 매뉴라이프, 선라이프 등도 인수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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