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남은 대선가도에서 새누리당 '수도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저력에 힘입어 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뒀지만 '정권심판론'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은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국 판세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의 과반의석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는 서울 16석, 경기 21석, 인천 6석의 43석으로 18대 총선의 81석에서 크게 후퇴했다.

특히 대선가도에도 박 비대위원장을 뒷받침하며 정권 창출의 첨병으로 나서야할 친박계 핵심인사들이 대거 탈락함에 따라 여권은 수도권 공략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비박(비박근혜)계 대표적인 잠룡인 정몽준 의원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하는데 친박계 후보들이 대거 낙선해 박 위원장이 한계를 보이지 않았는가"라는 공세를 펴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7선이 된 정 의원은 서울 동작구에서 50.8%를 얻어 새누리당 정당득표율을 10.1% 포인트 앞서며 수도권 경쟁력을 보여줬다.

또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 등 비박 대선주자 3인방이 대권을 향한 3자 연대를 모색하고 활로를 찾으면서 모두 수도권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친박계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제수씨 성추행, 논문 표절 논란을 각각 빚은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처리를 거치며 당이 총선 후 민심에 둔감해졌다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심지어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를 제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에 취해 민심을 읽는 시스템에 고장이 났다는 친박내부의 비판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당의 이완 현상이 상대적으로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대거 낙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 수도권 인사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직접적 배경이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는 수도권 친박계의 역할이 막대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우선 공천과 총선을 거치며 서울에서 재선의 이혜훈, 이성헌 의원과 초선의 구상찬, 김선동 의원이 낙천하거나 낙선했다. 이들은 개혁 성향의 친박계 핵심의원들로 꼽히는 인사다.

그간 이들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수도권 민심을 전달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하거나 계파를 넘나들며 당 쇄신을 견인하며 여권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당내에서는 경제전문가로서 전략적 마인드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 이혜훈 의원이 낙천에도 불구하고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박 비대위원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 "지역은 수도권을, 세대는 2040 세대를 중심으로 더 접촉을 늘려 소통하는 기회를 갖고 민생행보를 많이하는게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헌 의원과 구상찬 의원 등도 자신들의 강점인 조직과 각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두텁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기에서는 중진인 이경재, 김영선 의원과 초선인 손범규, 이상권 의원이 낙선하고 황진하, 한선교, 유정복 의원이 3선에, 김태원 의원이 재선에 각각 성공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친박계 의원들의 탈락이 두드러졌던 셈이다.

경기지역 친박계에서 유정복 의원이 주목된다.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과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를 지내며 거물급으로 성장했다.

그 역시 대선을 위해 수도권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이나 국회의 요직에 수도권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중용돼야 한다는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3선에 성공한 한선교 의원은 "앞으로 대선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에 친박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적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문방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방송사 파업 등으로 인해 문방위가 여야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임위다.

인천지역에서는 이학재, 윤상현 의원이 재선을 거머쥐었다.
두 사람 모두 박 비대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현재 박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은 박 위원장이 대선주자로 움직이면 동선을 함께 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에 대해 "요란하게 가면 국민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인천지역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야권연대와 맹렬한 경합을 벌여 12개 가운데 6석을 건지는데 성공했다.

인천시당위원장으로 마당발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는 57.7%의 득표율로 수도권 친박계 의원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의원은 당 대변인 출신으로 국내외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어 언론과 조직, 외교정책에 두루 밝은 멀티플레이어로 꼽힌다.

그는 일각의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 룰을 깨는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역동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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