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당국, 파생상품 투자 과정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 예정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 6주간 20억 달러(한화 2조2940억)에 달하는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투자책임자(CIO) 이나 드루(55)가 곧 사임할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JP모건측은 곧 물러날 이나 드루의 후임 자리에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매트 제임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루 CIO는 30여년간 JP모건체이스에서 재직했으며, 지난 2005년부터 이번 투자손실을 일으킨 부서의 리스크 관리부를 담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여성 고위인사로 통하는 드류는 JP모건체이스의 CIO로 2010년에는 1억6000만 달러, 2011년에는 1억5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사측은 그의 실적을 높이 사 지난 2년간 15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줬다.

이번에 사임하는 드루와 함께, 투자손실 관련 임원인 영국 런던지부의 책임자 아킬레스 마크리스와 마크리스가 이끌고 있는 팀의 상무이사인 사비에르 마틴 아르타조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투자로 ‘런던 고래’라 불리는 브루노 익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익실은 35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다루며 대규모 수익을 내는 JP모건체이스의 트레이더로 활동해왔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의 거취와 관련된 책임론도 불가피하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발표된 23억 달러의 대규모 손실에 더해 11일에는 장부상으로 1억5000만 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까지 손실규모가 4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먼 CEO는 현재 JP모건체이스의 CEO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어 그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투자 실패로 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데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강화를 위해 CEO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월가의 대변인’이라 불리는 다이먼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JP모건체이스가 파생상품 투자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부실 투자에 의사 결정을 내린 간부들은 모두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투자 파악 과정에서의 문제 축소 의혹과 투자 손실 공개 시점의 고의성, 미 정치권에 대한 로비 의혹 등도 집중 조사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JP모건체이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월가 개혁이 왜 필요한지, 왜 개혁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논평하며, 월가 개혁을 무효로 하려는 공화당과 월가 로비스트들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월가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회장 등 월가 세력들은 금융시장을 해친다며 수개월 동안 워싱턴을 방문해 금융당국 등을 상대로 투자 규제 완화를 위한 로비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JP모건체이스의 20억 달러 손실 사건을 계기로 ‘볼커룰(Volcker rule)’ 정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볼커룰’ 정책은 상업은행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 방안으로 오는 7월 발효 예정이었으나 2년 뒤로 유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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