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5일 앞두고 강행, 도발에 대한 강력 경고 메시지

▲ 독도는 동경 131도 52분, 북위 37도 14분 지점에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 동쪽에 있는 영토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 본 독도 전경.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이는 ‘우리땅을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독도는 동경 131도 52분, 북위 37도 14분 지점에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 동쪽에 있는 영토로 그동안 일본과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섬이다.

이 대통령은 1950년대부터 경찰로 이뤄진 독도경비대를 배치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에 국가원수가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일본이 2012년 방위백서를 내고 지난 2005년부터 8년 연속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다시 한번 도발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한·일관계도 중요하지만 ‘영토분쟁’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선전포고’이자, 최근 잇따른 독도·역사왜곡 도발을 감행한 일본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일본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되면서 한·일관계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연기 파문에 이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일본에서도 조기 총선이 점쳐지면서 한·일 양국의 내부 정치일정과 맞물리면서 민족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무엇보다도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일본의 도발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의 잇따른 역사적 망언과 도발이 우리의 소극적 외교 때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원수로서 이번에 쐐기를 박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신중론자들은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독도를 국제분쟁화 함으로써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논쟁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차제에 못을 박고 가려는 ‘강경책’으로도 볼 수 있다.

일본은 지난 7월31일에도 2012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8년째 표기하는 등 올해도 릴레이 독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8일에는 지난달 발간된 한국의 ‘외교백서’를 문제 삼으면서 독도 기술을 지우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변인 성명으로 급을 올리고, 초치하는 일본대사관 인사도 공사급으로 올리는 등 대응수위를 높여왔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말’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 이 대통령이 지난해 4월1일 기자회견에서 “천지개벽이 두 번 돼도 이것(독도)은 우리 땅”이라고 밝힌 발언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과 외교 마찰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임기 내 역사문제에 관한 한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합동 독도영토관리대책단이 지난해 3월말 마련한 ‘실효대책’과도 맞물린다. 15일 광복절이 다가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하고, ‘친일정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 최근 하락 추세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돈다. 이달 들어서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18%로 재임 동안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청와대는 여론 조사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구속되는 등 고비를 맞고 있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진해 온 국정 과제를 온전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어느 정도로 회복하느냐도 관건이다.

한편, 이 대통령의 독도행(行)에는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장관이 아닌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행함으로써 예상되는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여야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 “대한민국 영토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어떤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의 국토 수호 의지를 하나로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깎아 내렸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한국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대통령 깜짝 방문의 이벤트가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외교적 대책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각인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일 새벽 예정된 2012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과도 맞물리면서 한·일 양국 모두에서 민족주의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 대통령의 첫 독도 방문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반발 수위는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이날 오전 독도 방문 계획 철회를 강하게 요구한데 이어 오후에는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했다.

일본은 또 우리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이날 본국으로 소환키로 했다.

친한파로 분류되는 무토 대사의 교체설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이 주한 대사를 소환해 교체한 뒤 차기대사가 부임하기까지 상당 기간을 공석으로 두는 방법으로 강경한 항의의 뜻을 보일 수도 있다.

일부 일본 각료들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이 알려진 직후 2차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하겠다며 한국을 자극했다.

독도 문제는 타협과 절충이 있을 수 없는 영토 문제로 휘발성과 민감도가 가장 강한 이슈에 속한다는 점에서 한동안 한일 관계는 경색 국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를 앞둔 일본의 정치 상황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날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소식을 긴급 기사로 다루면서 이번 방문이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조명했다.

AP통신은 한국의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번 방문이 양국 간의 적대감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독도 방문은 이 대통령이 속한 보수당(새누리당)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대통령이 한일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독도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도를 찾는 것은 양국 간 갈등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보호지구로서 독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는 한국 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AFP 통신은 한국이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이번 독도 방문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최근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에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쿠라이 타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초치해 항의한 사실 등도 전했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보상문제와 지난달 9일 발생한 주한일본대사관 차량 돌진 사고 등 최근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진 사안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영국 BBC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의 머리기사로 실었다.
BBC는 기사에서 한일 양국과 등거리에 있는 독도는 작은 섬이지만, 다량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어장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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