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공인 대표들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나 출구전략을 신중히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7일 상의회관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한국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선전하고 있지만, 선진국 경기가 불투명하고 환율, 유가 등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남아있다”며 “경제가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들 때까지 출구전략의 시행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정, 금융, 세제 부문에서의 현행 정책기조가 유지돼야 하고 법인세, 소득세율 인하는 예정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삼영홀딩스 대표이사 역시 “성급한 출구전략은 그나마 회복되고 있는 우리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흔들리고 있는 감세정책 기조와 금리 인상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최근 경제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회장 외에도 박용만 ㈜두산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신박제 NXP반도체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이상 서울상의 회장단),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 김광식 인천상의 회장,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 김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상 대한상의 회장단) 등 120여명의 전국 기업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상공인들은 ‘신중한 출구전략 추진’ 외에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유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온실가스 자율 감축’, ‘지방 미분양주택 세제해택 유지’, ‘외국병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 등도 건의했다.

이용인 화성상의 회장은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1982년 도입 후 20년 동안 시행되어 온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는 것이 기업에 부담”이라며 당분간 이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2009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계의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발표된 목표안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하고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주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 감축하는 안을 내놓았으며 내년부터 부문별 할당을 앞두고 있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은 “산업계에 할당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이는 강제할당이 아닌 일본처럼 자율성을 보장한 기업의 자발적인 목표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 대표인 손경식 회장 “근시안적 사고와 집단이기주의 벗어나야”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과 관련된 기업측 입장도 분명히 했다. 노사정 6자회의의 사용자 대표로 나섰던 손경식 회장은 “복수노조를 허용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폐단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임자 임금지급도 금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근시안적 사고와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 무엇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헤아려 올바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해 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은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 주택수가 감소하고 주택가격도 거의 회복되었지만 지방은 미분양 주택의 적체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히고 “취·등록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제도를 1년 더 연장해 줄 것”을 주장했다.

외국병원 유치를 통해 선진화된 의료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광식 인천상의 회장은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관련 규정 미비로 외국병원 설립이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며, “외국병원 설립을 위한 여건을 서둘러 마련해 주고, 외국인 투자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승탁 제주상의 회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3차례에 걸친 제도 개선을 통해 관광, 건축, 도로 등에 대한 권한이 이양되었지만 아직 개선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번 4단계 제도개선에서 법인세 등 국세와 바이오 디젤, 풍력발전 등 환경산업에 대한 권한 이양을 통해 제주형 녹색성장 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건의했다.

행사를 마친 후 정운찬 총리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 이태호 청주상의 회장, 김용웅 충남북부상의 회장, 류인모 충주상의 회장, 최길학 서산상의 회장, 양태식 음성상의 회장, 윤수일 당진상의 회장, 이승진 진천상의 회장, 김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 충청지역 상공인 대표들을 별도로 만나 ‘세종시 건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손 회장은 “지방의 많은 기업인들은 아직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여건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세종시 건설을 통해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분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