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이례적 전망조정…3%대→2%대 하향 `러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내년 전망치를 내려잡기로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례적으로 중간 보고서 형식을 빌려 올해 전망치를 대폭 낮춰잡을 예정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3.6%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2%대 후반에 머물고 내년에도 4%대를 기대하기 어려워 잠재성장률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내년 전망 하향…KDI 올해 전망 대폭 낮춰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6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7%에서 3.3%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7월에 3.0%로 0.5%포인트나 내렸지만,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락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3%대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전분기 대비로 각각 1.3% 증가해야 하지만 앞서 1분기엔 0.9%였고 2분기엔 0.4%로 반 토막 났다.

한국 경제를 강타한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는 현재진행형이고, 최근 나온 산업생산과 수출 등의 지표를 보면 3분기부터 갑자기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내년 전망치 4.3%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여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말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낼 때 수정전망치를 내놓기로 했다.

KDI는 이달 중으로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상당폭 내리기로 했다. 2%대 후반이 점쳐진다.

KDI는 1년에 두 차례(상ㆍ하반기)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이다. 중간보고서를 내는 것은 0.3% 성장에 그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상반기 전망 때는 스페인 위기가 여름에는 해결 실마리를 찾는다는 전제였으나 지금은 대외여건이 더 악화했다"며 "상당폭 하향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유럽 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문제 등에 따라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국면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전망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DI는 성장률이 지난해 3.6%로 추락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정상궤도에서 벗어남에 따라 현재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DI는 금융위기 때도 잠재성장률을 4% 수준으로 봤지만 최근 흐름을 고려해 3%대로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연구기관, 올해 성장률 2%대 하향 `러시'

정부와 한은의 3%대 성장률 전망과 달리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의 부진한 성적표를 예고했다.

대기업그룹 연구기관은 정책대응을 촉구하는 기업의 입장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최신 동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3.5%에서 0.7%포인트나 낮춘 2.8%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현재 경기상황에서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 4분기에 각각 2.9%, 3.9% 성장해야 하지만 내ㆍ외수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2.6%로 내다봐, 5월에 내놓은 3.2%에서 0.6%포인트 낮췄다.

한경연도 유럽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미국의 회복세가 지연되며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수출 여건의 악화를 지적했다. 고용이 둔화하는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여력의 제약으로 내수 여건 개선이 어렵다는 점도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9일 경제전문가 4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이라는 응답이 81.4%였다.

삼성증권은 7월 말 보고서에서 내수 침체와 수출 전망 악화에 따라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와 3.2%에서 각각 2.5%와 2.8%로 내려 잡았다.

지난달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더블A'(Aa3) 등급으로 올린 무디스도 성장률 전망을 내렸다.

무디스는 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유로지역 위기가 계속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전망치보다 더 낮은 2.5% 내외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데, 유로지역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와 함께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라, JP모건 등 10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 역시 7월 말에 2.9%로 떨어졌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