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도 경영난에 빠져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국내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애경그룹),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케이아이씨그룹), 티웨이항공(옛 토마토저축은행, 현 예금보험공사 소유) 등 5개이다.

9일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5곳 가운데 후발주자인 두 곳의 재무구조가 악화해 재무구조개선이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항공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은 자금력이 취약한 오너가 무리하게 항공업에 진출했거나 경영 능력 또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 면허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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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취약한 `오너' 저가항공사 잇따라 경영난 = 티웨이항공은 실질적인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창업 투자회사인 신보종합투자가 전신인 한성항공을 인수하면서 토마토저축은행에서 150억 원을 대출받은 게 화근이었다.

자본 전액 잠식 상태인 티웨이항공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이 작년 말 기준 180억 원에서 최근 2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스타항공이 어려워진 것도 오너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케이아이씨그룹은 상장사 케이아이씨와 새만금관광개발, 에이스이공이공 등 10여개 계열사들이 서로 재무적으로 깊게 얽혀 있다.

실질적인 오너인 민주통합당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정계로 진출하면서 회장직과 100%에 가까운 에이스이공이공 지분을 친형인 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 등에게 넘겼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스타항공은 고유가와 신규 투자비 부담으로 큰 폭 적자가 나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계열 차원에서 일부 부실 계열사 정리와 자산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으나 기존 차입금이 커 단기에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사 수혈…그룹 동반 부실 가능성도 = 항공사들은 자금력이 탄탄해야 계속기업으로 존속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통상 저가항공사를 설립할 당시엔 500억~6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지만 이후 추가로 500억 원을 쏟아 부어야 적자를 벗어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전후로 취항을 목표로 했던 코스타항공, 대양항공, 중부항공, 대청항공, 영남에어 등도 자금 부담에 자취를 감췄다.

애경그룹이 출자한 제주항공은 자본금이 설립 당시 150억 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1천100억 원대로 확대됐고 작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에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재력이 든든한 오너가 끊임없이 투자해 기반을 잡고 수익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가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저가항공사들중 누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며 "3년 연속 흑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의 자본금을 1천억 원대로 불리는 과정에서 그룹 전체 경영이 위축되기도 했다.

한신평은 "이스타항공 등 관계사에 대한 자금대여와 지급보증으로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케이아이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각'도 쉽지 않네"…재무구조개선 등 추진 =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각도 여의치 않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에 한때 군침을 흘리던 대명과 애경 등 일부 그룹들은 현재 인수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두 차례의 유찰을 거쳐 최근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티웨이항공에 대한 인수의향자가 나타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사 이후 최종 인수제안서를 받아보고 수의계약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매각 예정가격은 300억~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기업이 인수 의향을 보이며 실사를 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너 측에서 매각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곳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고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오너 측에서는 매각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경영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재무상황이 어려운 만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허를 허가해줄 때 사업계획과 안전 능력 등의 역량을 따져보지만 대주주의 자금력이나 자격은 과잉규제여서 보지 않는다"며 "항공시장은 쉽게 들어왔다 쉽게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데다 이미 포화상태여서 추가 허가는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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