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전격 사퇴"정치도의 다하겠다"
 
 
이완구 충남지사가 도지사직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3일 오후 1시30분 국회기자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결심을 밝혔다.

이 지사는 국회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안추진이 안 될 경우 지사직을 걸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수정안을 만들고 있지만 논의 과정에서 나를 비롯한 충청도민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는 등 기대를 걸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그리고 도민의 상실감에 대해 위로해 드려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뒤 “대안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지사는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신뢰는 깨질 것이며, 국민의 좌절과 상처, 갈등과 혼란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국민적 분열 발생을 우려했다.

끝으로 이 지사는 “비록 저는 충남도지사직을 떠나지만 국가와 지역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더욱 굳건하게 지켜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도 시사했다.

앞서 2일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입니다에 출연해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며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도민 대상 사퇴 기자회견 불발

▲ 지사직 사퇴 반대를 하는 농성인들로 인해 도청기자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밖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심경을 밝히고 있는 이완구 충남지사.     © 충남도청

도민들을 대상으로 갖기로 했던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이 불발에 그쳤다.

당초 3일 오후 1시30분 국회기자실에서 도지사직 사퇴 회견을 가진 이완구 충남지사는 도청기자실에 들러 도민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도민들이 몸으로 막는 사퇴 반대에 부딪쳐 서면으로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4시 도청기자실에 들러 ‘도민께 드리는 글’을 준비해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 전부터 도청 현관 앞과 기자실 문 앞에서 100여 명의 도민들과 도의회 의원들이 ‘세종시 원안추진과 이완구 도지사 사퇴 반대’ 피켓을 들고 농성하는 바람에 기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배부한 자료로 사퇴의 뜻을 전달하며 도 청사를 벗어났다.

▲ 지사실을 점거하고 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충남도의회 의원들.  © 충남도청

뿐만 아니라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대강당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할 이임인사 계획도 무산에 그쳤다.

이 지사는 오늘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사임통지서를 의회의장에게 전달키로 한 것이 무산돼 신진영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했으나 의회에서 이마저도 수령을 거부해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인화 행정부지사의 권한대행체제는 오는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부지사는 지사의 사퇴로 인한 행정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아래 이날 오후 긴급 실·국장회의를 개최해 세종시 문제 등 도정 현안에 대한 사후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저는 오늘 충청남도 도지사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먼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저는 충남의 도백으로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따라 국민들과 도민들께 정부 정책에 협조해 주실 것을 호소해왔습니다.

 특히 공주시민과 연기군민들께는 삶의 터전을 내 주실 것을 요구했으며, 원안추진을 확신해도 좋다는 약속을 해왔습니다. 법은 지켜져야 하고, 성실히 집행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종시 수정이 공론화된 지금, 누군가는 법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그리고 도민의 상실감에 대해 위로해 드려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나와 있는 지자체장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이었고 대통령님이 여러 차례 원안 추진 의사를 밝히신 것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또한 대안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만,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추진은 난망해졌고 저는 제 능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말씀하신 국가미래에 대한 고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진정성에 대해서도 인정을 합니다. 그러나 선출직 도지사로서 어제는 법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하고 오늘은 정반대의 논리로 다른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오늘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본래 충청도만의 것이 아닙니다. 특정 정부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안고 있던 수도권 집중문제를 해결하고 황폐해져가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국가의 염원과 비전, 그리고 철학이 담겨져 있는 국책사업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2~3시간을 쓰고 교통 혼잡비용이 14조 3천억원에 이르는 반면, 지방에는 텅 빈 산업단지와 이용하지 않는 공항 등이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생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방에 수도권과 같은 흡인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키고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과 지방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제고 시켜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효율’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뒤에는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을 ‘신뢰’라고 하는 아주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 구성체인 국민들 상호간의 신뢰,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중심축입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신뢰는 깨질 것이며, 국민의 좌절과 상처, 갈등과 혼란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저는 국정철학과 방향이 배재된 채 일관성 없이 논의되고 있는 대안을 위한 대안 찾기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절차적 투명성, 민주성,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국민적 불신과 분열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국민 모두가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고 신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제가 오늘 사퇴하는 것으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 국민들께서 정치인에게 바라는 더 큰 가치를 입으로 말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말하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 저의 사퇴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갈등과 분열을 화합이라는 용광로에 용해시키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분명 위기이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진통은 한 단계 더 높은 성숙한 나라로 가기 위한 자양분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국민 여러분, 원안추진을 당부하신 충청남도 도민 여러분, 소망을 지켜내지 못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하여 특별한 희생을 감수하시고 매서운 한파 속에서 고생하시는 1만여 이주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비록 저는 충남도지사직을 떠나지만, 국가와 지역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더욱 굳건하게 지켜갈 것입니다.

2009년 12월 3일 충청남도지사 이 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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