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건설자본 배불리고 서민들 주거 짓밟는 살인정권" 규탄

▲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김상문 기자
대책위 "경찰의 ‘준법을 가장한 폭력 진압’이 끝내 무참한 살인 부른 것" 성토

20일 새벽 후진국이나 독재정권하에서나 있을법한 참혹한
참사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대 테러진압에 투입하는 경찰 특공대를 일반 민간인들이 시위 중이던 서울 용산 재개발
에 전격 투입했고, 결국 무리한 진압작전은 고귀한 6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서울시와 대형건설사들의 개발 논리에 밀려 생존터전을 잃고 고통과 절망 속에서 목숨 건 벼랑 끝 투쟁을 벌였던 철거민 5명이 화마에 휩싸인 채 처절하게 생을 마감했다. 경찰 수뇌부의 강경 진압 명령에 따라 철거민 시위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 특공대원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날 참상을 목격한 많은 시민들은 경찰의 무리한 강경 진압을 성토했다. 언론도 정치권도 모두가 한 목소리로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과잉진압을 비난하고 있다.

용산 참사 당시 소방차 한 대 없이 경찰의 진압이 시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추락에 대비한 소방용 메트리스도 준비되지 않았고, 일부 철거민들이 바닥에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더욱이 시너에 대한 정보 준비도 없이 좁은데 경찰 특공대를 밀어넣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용산에서 벌어진 컨테이너형 트로이목마 기습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졸속 그 자체였다. 법과 질서라는 목표에만 쫓긴 나머지 실행프로그램이 없었고, 특히 철거민이건 경찰이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두리째 빠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신 앵커는 마지막 멘트에서 "이번 참극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이며, MB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이자 실패에 대한 지적이다. 가진 자만이 사람으로써 인정받는 오늘의 슬픈 현실이 그저 개탄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숭례문 방화 이후 또 다시 대형 참사

지난해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국민들은 또 다시 침통함에 빠졌다. 잠잠하던 촛불은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 지역 참사 현장에서는 20일 오후 7시부터 철거민들과 시민 수천여명이 집결, 철거민 추모 및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번 용산 참사가 제2의 촛불집회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정부와 여당이 초긴장 상태다. 만약 촛불이 다시 불붙는다면 지난해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던 촛불집회 때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감은 어느 때 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 끔찍한 화재현장에
한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하라"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정치권과 한국진보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대책위는 '서민생존 짓밟는 도시개발과 살인만행 경찰폭력,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차 개각을 단행하자마자 용산 4구역 철거민 4명이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 시장)이 추진하는 ‘건설자본 살찌우고 원주민 주거대책 없는 도시개발’과 경찰의 ‘준법을 가장한 폭력 진압’이 끝내 무참한 살인을 부른 것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은 도심재개발 사업(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세입자들로, 작년 봄부터 생계대책과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강제철거에 맞서 싸워왔다. 이들은 마지막 보루인 건물 옥상 컨테이너에서 동절기 철거중단과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19일 새벽부터 경찰병력 400여 명과 용역깡패 200여 명이 농성장을 둘러싸고 계속 강제진압을 시도했으며 20일에 이르기까지 3000명에 가까운 인원과 살수차, 경찰특공대가 동원되었다. 20일 오전 7시 경 강력한 살수에 이어 진압경찰을 실은 컨테이너가 굴절차를 동원해 건물 옥상에 진입을 시도하던 중 건물 옥상 컨테이너에서 화재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진입과정에서 주민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전혀 설치하지 않은 채 살수차 2대와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한 막가파식 진압은 철거민들의 요구는 애초에 듣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목숨조차 안중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개각과 더불어 신임 경찰청장으로 김석기 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임명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서울지방경찰청 직할 부대인 경찰 특공대가 진압작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 사태가 개각 과정에 맞춰 진행된 작전임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용산 4구역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개발 정책 중 ‘한강르네상스의 3대 핵심 지역’으로 건설자본을 비롯한 대자본을 유치해 주상복합 아파트 등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정책은 뉴타운, 경제문화도시마케팅, 도심균형발전,
등 화려한 이름으로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

대책위는 "이명박 대통령은 용산 4구역 철거민 사망에 대한 진상파악을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세입자, 철거민들을 내쫓기 위해 용역깡패를 고용해 폭력철거를 자행하는 건설자본, 이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경찰이 바로 그 진상이며 무엇보다도 도시개발정책으로 서민을 길거리로 내모는 이명박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건의 주범이다. 그리고 촛불 강경진압, 연행 성과급 등을 추진했던 김석기 차기 경찰청장(현 서울지방경찰청장) 내정자가 이들의 뜻을 받들어 충성스럽게도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 서울 용산 4구역에서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문 기자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도 용산 철거민과 경찰의 사망 소식과 관련 "용산상가 철거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의 사망은 폭력시위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가 생계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려다 발생한 인재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그동안 수차례 이미 정부가 시행하는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 주거환경개선사업들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보다는 소수의 조합원과 건설사들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있고, 서민들에게 생계대책이나 주거지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법적 요건이 만족돼 있다는 명분으로 강행하여 점점 더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고 있는 등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외면하거나 문제를 감추면서 건설업자들에게 일감을 주기위해 사업을 강행하였고, 결국 용산 참사를 빚은 것이다"고 정부와 서울시의 서민을 외면한 도시 개발정책을 성토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함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아니면 문제가 확산되기를 꺼려해서 인지, 기자들에게 '이번 사고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이 있는 정부 최고책임자 그룹이 사고의 책임을 과격시위정도로 치부하면서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중단돼야한다는 한심한 발언이나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실련은 "나아가 이번 사고의 저변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정권의 안위만을 우해 공직자와 권력기관들을 동원하고, 철거민들이 무장공비도 아님에도 공비소탕 작전하듯이 경찰들을 동원하여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정부와 여당의 정치행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책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방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즉각 착수해야하며, 용산재개발사업 철거 과정에서 특공대 투입을 최종 승인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중앙뉴스 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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