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대비 0%에 근접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대외 경제 여건이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에 따른 세계적인 실물 경기 위축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소비ㆍ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등 내수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 한국 경제는 `총제적 난국'에 봉착했다.

세계교역량ㆍ韓제조업 생산 증가율 둔화 지속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113.2%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세계 교역량 감소에 큰 타격을 받았다.

28일 세계무역기구(WT0)에 따르면 2010년 22.1%를 기록했던 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지난해 19.7%로 주춤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1.7%로 쪼그라들었다.

교역량은 세계적인 수요 부진을 가장 확실히 드러내는 지표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경제정책실 상무는 "교역량 감소는 세계 경제의 성장 활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럽과 중국 경기가 위축됐고 미국도 `재정절벽' 문제로 고전하는 등 글로벌 성장 동력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무역량이 줄어드니 2010년 16.8%를 기록했던 한국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도 지난해 7.0%, 올해 1~8월 2.2%로 내려앉았다.

2010~2011년 연속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은 올해 들어 감소세로 반전했다. 작년 19%였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9월 -1.6%로 추락했다.

제조업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설비투자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0.3% 늘었던 설비투자는 2분기 -7.0%, 3분기 -3.5%를 기록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그간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고 내수까지 부진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계부채 부실과 부동산시장 침체 등 내부적인 걸림돌도 만만치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세계 경제 위축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세계 교역량이 떨어져 해운, 조선, 철강 등 물류 관련 산업도 부진하다"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 설비투자마저 줄고 있어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했다.

세계경기 침체 지속…내년에도 3% 성장 어렵다

한국과 세계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 초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내놓았지만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성장에 그치면서 전망치 추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7%로 내린 데 이어 한국은행도 2.4%로 낮췄다.

올 초 IMF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3.6%, 3.5%였던 데 비해 상당히 낮아진 수치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점차 낮추고 있다.

바클레이즈,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 10개의 평균 전망치(9월말기준)는 올해 2.6% 내년 3.3%다.

BNP파리바는 전망치를 2.0%로 가장 낮게 잡으면서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2%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외국계 IB들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내수가 탄탄한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거나 중국과 무역이 활발한 국가의 전망치는 낮추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예상한다"며 "적어도 3%를 넘어서야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기미가 보이는 것인데,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본격 `저성장'…반등 기대 접어야

한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도 3분기처럼 0%에 근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빠른 해결을 보기 어려운 탓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성장도 둔화세고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도 남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유럽, 미국 등 대외 환경이 확실히 해결되지 않는 데다가 국내 소비도 부진하다"며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면하더라도 장기적인 기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4분기 성장률이 개선되더라도 실물 경기의 회복보다는 저조한 3분기 성장률과 대비되는 `기저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선성인 책임연구원은 "4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는 있지만 저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분위기가 크게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대외 여건에 민감한 한국 경제가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전년대비 경제성장률은 앞으로도 3%를 넘기기 어렵다"며 "이제는 경기 `바닥'이 곧 `극적인 상승'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수치 상승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도 뚜렷한 동력 없이 제한된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우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는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있는데도 저금리와 유동성으로 버티고 있다"며 "내년에도 주식 시장은 의미 있게 상승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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