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검사는 상식에 반하는 반칙…수사구조개혁 계기돼야"

서울고검 김광준(51) 부장검사의 거액 수뢰 의혹 사건의 경찰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50)이 16일 경찰 경무관급 인사에서 경찰수사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 내 강경론자로 통하는 황 기획관의 전보는 경찰 수뇌부가 외압에 굴복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정상적인 전보 인사로 보는 반응이 더 많다.

경찰 인사 특성상 고위 간부는 1년 후에 다른 보직으로 옮기는데 그가 수사기획관으로서 1년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기획관 자리를 떠나는 느낌을 묻는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승진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원장?"이라고 답했다.

지방경찰청 차장이나 경찰청 본청의 참모 역할을 하는 대다수 경무관 보직과 달리 수사연수원장은 독립기관의 수장이어서 전통적으로 고참급 경무관이 머물다 한 계급 위인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코스다.

그는 수사기획관으로서 심혈을 기울인 굵직한 수사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황 기획관은 "김 검사 사건 등 그동안 진행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며 "김 검사 사건이 수사구조문제를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다른 범죄를 수사하다가 검사 비리가 나왔는데 이를 특임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빼앗아 가는 것은 법이나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상식에 반하는 반칙"이라면서 "검사가 형사소송에서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수사구조의 폐해가 드러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의 수사권 관련 공약이 구체적으로 실행될 때까지 일조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고 털어놨다.

경찰대 1기 출신의 황 기획관은 대전중부서장이던 2006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되고 2007년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가 징계받는 등 경찰 간부로서는 '튀는' 행동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는 "수사연수원장으로서 일선 경찰관들에게 이론과 지식을 심어주는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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