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대비해 나라의 기틀 다시 세우자

세월이 주는 지혜가 있다. 세상사에는 건너뛰는 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콩을 뿌리면 콩을 거두고 팥을 뿌리면 팥을 거둔다. 이따금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체로 세상사는 과거에 해온대로 지금이 펼쳐지고, 지금 하는 대로 미래가 펼쳐진다.

국가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역은 아니다. 개인이 주역이며 국가는 그들이 그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조역일 뿐이다. 당분간은 국가가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나라의 형편을 직시하고 단기적인 혜택보다 장기적인 혜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은 이런 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재의 모습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허황된 일을 자꾸 도모한다면 그가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11년 아문센과 스콧은 각자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도전을 하였다. 아문센의 성공과 스콧의 실패로 끝나고 마는데 두 팀의 명운을 결정한 것은 준비를 중시하는 아문센의 철학과 태도였다. 아문센은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후 자신의 나약함과 지구력의 부족함을 깨닫지 말고, 그전에 미리 준비하라”고 권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즉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더 성장하고 싶어도 성장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을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가 야심 차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마치 쓰나미처럼 다른 부분들을 압도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시대에 대비해서 나라의 기틀을 반석 위에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비효율과 낭비를 체계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작업을 전개함과 아울러 누군가에게 돈을 쥐여주는 온정주의 정책이 아니라 오래되어서 낡아버린 체제의 곳곳을 구조개혁하는 현명함이다. 새 정부의 지도자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나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시민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통을 요구하는 정책에 손을 들어주는 시민들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개인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정치가 만들어내는 정치 체제를 벗어나 살아갈 수는 없다. 개개인마다 자신이 가진 지적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그런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체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새 정부가 솔직하게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의지를 보이기를 소망한다. 환부를 가려버린다고 해서 환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명한 다수의 시민은 그런 정책들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국가는 훌륭한 시민이 있을 때 가능하다. 사려 분별과 지혜를 가지고 시대 환경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합한 정책에 박수를 보내는 더 많은 현명한 시민과 그런 정책들을 주도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진 지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를 기대한다.

[글·사진:위클리공감]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