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 '특별사면' 검토에 "국민을 우롱" 비난 빗발쳐..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과 친인척이 포함된 임기 말 마지막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진 가운데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당선인에게도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였 보인다.

특히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고려대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어서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면 대상뿐 아니라 시기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설날(2월 10일) 전후에 특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의 권한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취임 100일 특별사면을 비롯해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1인 사면 등 지금까지 여섯 번의 특별사면권을 행사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교계를 비롯해 경제계, 정치권" 등 각계에서 특별사면 탄원이 많아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기와 대상은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기 내 특별사면을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최종 결심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지난 7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측근, 친인척 특사설에 대해 "과거에도 보면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느냐"며 "그런 대화합 조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측근 및 친인척 특사 검토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대통령 측근, 친인척 특별사면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 문제와도 연계시켰다.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특사설에 대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변인은 "정권 말 제 식구 감싸기용 사면은 국민을 향한 몰염치를 넘어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며 "정권 말기 비리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사면은 MB(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 당선인에게 오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사법감시센터장은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을 정권 말에 특별사면한다는 것은 사면 제도 도입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며 "국민대통합 차원이라면 광우병 촛불시위, 용산참사, 쌍용차 관련자 등 현정부에서 소외된 이들을 사면하는 게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특사가 이뤄진다면 박 당선인과 어느 정도 협의해 진행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특별사면의 취지가 어긋나지 않도록 현 정부에게 주문을 요구 해야한다. 또한 방관만 해서도 안된다. 만에 하나 이번 특별사면이 MB정부와 한통속으로 권력에 면죄부를 줬다는 인상을 준다면 국민들의 비난을 벗어날수 없어 취임 후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사면은 MB정부의 마지막 사면이기에 주위의 비난에도 임기 내 털어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예견하면서도 설을 전후해 측근 및 친인척을 특별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 사면 대상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을 사면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이들을 특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해 갖고 있는 각별한 감정상 이들에 대한 특사를 임기 내에 매듭짓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분위기는 청와대 내에선 불안하게 차기 정부에 사면을 기대하느니 다소 욕을 먹더라도 사면을 단행하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 같은 사면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대선 이후인 지난달 28일 단독회동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 조윤선 대변인은 "청와대와 박 당선인 측은 특사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구속 수감돼 있는 이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은 모두 12명인데, 이 가운데 형이 확정된 사람만이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형이 확정된 측근은 파이시티 로비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로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뇌물을 받아 구속된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인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등 4명이다.

최 전 위원장, 천 전 회장, 김 전 이사장 등은 지난해 말 2심 판결이 나자 곧바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자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문제는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이달 말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는 이 전 부의장이다. 이 전 부의장이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검찰도 항고를 포기하면 형이 확정돼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항고할 수 있으므로 이 전 부의장은 특사 대상에 포함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부의장이 특별사면에 포함될 경우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을 직접 사면한 첫 사례가 돼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역대 정권의 임기 말 특별사면 내용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12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는 등 주로 전 정권과 관련된 정치인이나 경제계 인물이 사면됐고, 현직 대통령 가족은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씨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각각 특별사면 조치됐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단행한 임기 말 특사에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 외에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을 포함시켜 비판을 받은 전례도 있다.

특별사면이 임기말에 또한번 정가를 뒤 흔들지 바라보는 시선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사면해 주고 가려는 현 정부의 고민이 점점 깊어만 간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