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 전국 기관·단체…나트륨 줄이기 ‘촉각’

짠 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식습관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환자의 건강한 식단을 책임져야할 병원에서까지 ‘짠 맛 식단’이 계속되고 있어 병원 등 전국기관·단체들이 나트륨 줄이기에 두 손 걷고 나섰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8명이 짠맛에 중독됐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배 이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병원의 저염 식단은 WHO(세계보건기구)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 5g에 맞춰져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그보다 높은 8g 정도의 식단도 나온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짠 맛에 길들여진 일부 환자들은 식사시간에 맞춰 간호사의 눈을 피해 장조림, 젓갈, 쌈장, 조미 김을 꺼내 먹는 등 짠 맛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알코올중독자들이 술을 못 마시게 하면 몰래 술을 찾아 먹는 것과 유사하다. 짠맛도 중독성이 있으며, 이런 신호들은 미주신경과 척수신경을 타고 뇌의 중독 중추에 전달하게 되면서 여기서 쾌락 반응이 일어난다.

때문에 뇌가 짠맛을 기억하고, 매 식사 시 짠맛 기대감을 갖게 되는 습관이 반복되면서 신장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서울고등법원, 서울대병원, 보육정보센터 등 전국 기관· 단체들은 나트륨 줄이기 식단을 실시키로 했다.

서울고법은 10일 법조인과 민원인 등 하루 평균 2050명 정도가 이용하는 서울법원종합청사 구내식당에서 나트륨 줄이기 식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한 끼 1인당 국 250g에 나트륨 1005mg 정도를 넣었는데 이제부터는 국의 양 자체를 150g으로 줄이고 나트륨도 600mg 정도만 넣기로 했다.

서울고법은 구내식당에서 하루 식사를 했을 경우 나트륨 섭취를 3000mg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원 6000여명과 하루 외래 화자 8500여명이 몰리는 서울대병원도 원내 식당에 저염식 코너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병원은 저염 반찬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며 점차 강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을 크게 줄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국시군구보육정보센터협의회는 오는 16일 총회를 열고 협의회가 보육 지원하는 전국 3만9842개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에 저염 식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저염 식단 사업이 시작되면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 134만여명이 나트륨이 적은 건강 식단을 먹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관계자는 “약 2개월에 걸쳐 서서히 음식의 염도를 줄여나가면, 하루 12g의 소금을 먹던 사람이 소금 2g그램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트륨 섭취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락으로 누구나 얼마든지 싱겁게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짜게 먹나…검사해 보니 ‘헉’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국민 3223명(남성 1337명, 여성 1886명)을 대상으로 ‘짠맛 미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짜게 식사하는 국민이 76%로 나타났다.

검사는 참가자들에게 나트륨 농도가 다른 콩나물국 시료 5개(약 5g씩)를 맛보게 한 뒤 짠맛의 강도와 가장 적당한 간이라고 생각하는 선호도 결과 등을 분석했다.

검사 결과 △‘짜게 먹는다’고 분석된 참가자는 7.7%(249명) △‘약간 짜게’는 27.4%(883명) △‘보통’은 40.9%(1319명)로 보통 이상의 짠맛을 즐기는 참가자가 76%에 이르렀다.

그런데 ‘보통 간으로 먹는다’고 평가받는 콩나물국 시료의 염도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으로 환산하면 4791㎎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 권고량 2000㎎의 2.4배 정도다.

반면 △‘약간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은 16.5%(531명) △‘싱겁게 먹는다’는 7.5%(241명)로 전체 참가자의 24%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짠맛 미각 검사에서 콩나물국 시료 가운데 가장 짠맛(나트륨 농도 1.25%)을 선호한 사람들은 거의 바닷물 수준에 근접한 염도를 적절한 간으로 생각한 사람으로, 이 정도 짠맛을 즐기는 집단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 환산치(1만9319㎎)는 WHO 권고량(2000㎎)의 9.6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약간 짜게 먹는다(농도 0.63%)고 분석된 집단도 WHO 권고량의 4.8배(9737㎎) 나트륨을 섭취할 것으로 분석됐다. 약간 싱겁게 먹는다(농도 0.16%)고 분석된 집단은 WHO 권고량에 가장 근접한 2473㎎의 나트륨을, 가장 싱겁게 먹는 집단(농도 0.08%)은 하루 1236㎎ 정도의 나트륨을 섭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나트륨 과잉 섭취는 고혈압이나 심혈관계·심장 질환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올해에는 국민의 짠 입맛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트륨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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