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 대통령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해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 택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가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다른 운송수단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부정적 의견을 누차 밝혔기 때문이다.

택시법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 등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통과 시 해마다 1조9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가지만 택시사업자에 혜택이 돌아갈 뿐 수혜 주체도 명확지 않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게 사실이다.

앞서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심각히 논의해 달라"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 의원 222명이 찬성해 통과시킨 점이 부담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가 재의결하는 데 필요한 정족수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기 때문이다.

처음 통과 당시부터 재의결 요건을 갖춘 것이다.

원내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도 재의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거부권 행사로 여론이 급반전하지 않는 한 원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 박근혜 당선인 측과도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할 처지다.

비록 택시법이 박 당선인의 공약에 명확하게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해도 여야 간 긴장관계가 조성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법 개편을 비롯한 새 정부의 첫 구상이 한 묶음으로 장애물을 만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복지 예산 지출도 가파르게 올라가는 마당에 재정 악화를 초래할 법안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재임 중 지금까지 한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아들이 수사 대상인 내곡동 사저터 계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했으나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또 일각에서는 대선 중에 추진됐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법안을 물러나는 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 털고 감으로써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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