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통상교섭권과 협상권을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기로 함으로써 국내 통상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강석훈 국정기획조정 분과 위원은 22일 발표에서 "통상교섭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상교섭에 관한 전반적 사항이 다 통상교섭본부로 이관된다. 교섭권, 협상권도 통상교섭본부로 옮긴다"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와 통상교섭본부는 새 정부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통상교섭본부의 기능을 정책과 교섭 부문으로 나눠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되 교섭권은 외교부에 남겨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들이 인수위 발표 직후 "할 말이 없다", "하라는 대로 해야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실망감이 컸음을 뜻한다.

인수위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내 통상교섭본부가 총괄하게 됐다. 더욱이 기획재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대책본부마저 흡수해 이른바 통상 기획, 정책, 지원, 부처간 조정업무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부처별로 나누어진 통상 기능이 하나로 모여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통상정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의 정책이 미국, EU 등 큰 나라와의 FTA 협상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FTA 활용도를 높여 통상과 산업정책의 조화에 정책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위 발표내용에 대해 "장점이 있다"며 "예전 FTA회의를 가보면 부처 간 의견이 다르고 회의를 끌고 가는 통상교섭본부의 힘이 약했는데 그런 점이 보완돼 정책일관성을 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의 각 분야가 FTA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도 했다.

통상교섭본부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독립기구로 가져가지 못한 점과 외교 현장의 현실적인 면은 우려했다.

김 위원은 "국경 없는 무역전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외교와 통상을 분리하기보다는 미국처럼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또 "통상교섭과 대외 업무를 하려면 재외공관, 외교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부처가 나뉨으로써 통상협상 자체가 삐걱댈 수 있다. 외교부의 진취적인 지원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세종시 이전문제와 조직 및 인력 정비 문제, 외교직 직원의 파견 문제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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