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패러다임은 소득보장에서 근로중심복지로 전환해야

여성의 취업 여부에 맞춰 보육시설 이용시간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29일 '복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그는 과거 가정이 제공하던 복지기능을 대체할 사회서비스를 마련해 영유아를 둔 여성의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구조 변화로 홑벌이 가구가 지속하기 어렵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보육ㆍ양육 정책은 여성 고용률 제고라는 목표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유아를 둔 여성의 고용률이 선진국(70~80%)과 달리 30%대에 머무는데도 여성 취업유인을 저하하는 가정양육수당이 확대되는 것은 '근로를 통한 복지' 목표와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 자녀를 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이를 도입한 국가에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고 저소득층일수록 취업 대신 현금지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 양육에도 시설 이용과 같은 보상을 하고 현금으로 가정양육을 유도해 보육지원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축을 이뤘다.

최근 보육재정 부담도 취업모와 미취업모의 시설보육비용을 모두 전일제 기준으로 제공한 탓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의 취업 여부를 기준으로 보육시설 이용시간을 달리하고, 취업모에게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윤 연구위원은 권고했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구에 간호비용ㆍ재가 노인요양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도 당부했다.

빠른 구조조정으로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커지고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기 미취업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기존의 수동적 소득보장기능 중심의 복지 체계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특정 직장을 계속 다니도록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를 이동하며 '고용'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정책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빈곤층의 소득보전'과 '고용증진'이라는 목표가 혼선을 빚는 만큼, 지향점을 저소득층 고용률 제고로 명시하고 이에 따른 성과평가시스템을 확립할 것을 권고했다.

주거복지정책은 불안한 주거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구집단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유인을 훼손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의 임대주택 공급사업과 보건복지부의 금전적 지원 가운데 어떤 수단을 쓸 지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연구위원은 "국가가 적극 개입해 기존 복지체계가 포괄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보완하면서 취약계층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 강화를 당부했다.

미취업자나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영세사업체는 정치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아 사회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