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없다는 말 믿어야 하나? 대형 비행기는 더 많이 뜬다

해외로 나간 작년 항공여객이용자들이 7000만 육박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선보다 국제선이 전년보다 12%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해외 여행에 저비용 항공사 활성화도 한몫했고 주5일제가 정착 되면서 가까운 지역을 이용하는 항공객 수요가 늘어난 것도 요인이다.

성수기도 아닌 지금도 인천공항은 해외로 여행을 다녀 오려는 여행객으로 공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작 해외 사업이나 아이들의 유학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주차장마저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오후 5시 호주 시드니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이(10)를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회사원 김현수(45)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의 비행기 출발 시각은 다가오는데, 공항 안에서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짐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차를 갖고 왔다며 주차하는 데만 40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 결국 부인과 아이가 먼저 짐을 끌고 공항 청사까지 걸어갔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하는데 여름 성수기도 아닌 2월에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항공여객 7000만 시대를 맞아 이처럼 인천공항 이용객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39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이것은 인천공항의 최대 수용인원인 4400만명의 90% 수준까지 육박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이른바 환승(換乘)객도 630만명으로 13%나 증가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기는 하루 평균 694대로 2년 전(589대)에 비해 100대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인천공항을 포함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항공여객 수는 693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보다 8.2%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국제선 이용객이 급증해(12%) 5000만명에 육박했다.

이처럼 국내 경기가 불황인데도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 1월 국제선 승객은 14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0만명)보다 다소 늘었고, 탑승률 (77%)도 1%포인트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늘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는 설 연휴가 끼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1월 항공여객은 10% 이상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1·2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지난 1월 해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다인 18만5000명, 10만3000명이라고 발표했다.

덕분에 여행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30대가 즐겨 이용하는 온라인에서도 여행 상품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선 작년 해외 항공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6%, 해외 호텔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37%나 급증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작년 여름휴가 기간에 홍콩 2박4일 패키지여행을 판매해 2억6000만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불황에도 웃는 항공과 여행업계,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 업계는 경기불황이 장기화하 하고 있지만 왜 유독 항공여객 숫자만 날로 증가하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강남스타일' 등 K-팝의 영향으로 한류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에 따라 동남아(15%)·중국(11%)·일본(11%) 등 가까운 지역의 항공 수요가 크게 늘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20·30대 1인 인구가 급증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하나투어 정기윤 팀장은 "몇년 전부터 특히 친구들끼리 놀러 가는 30대 여성 여행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정에 얽매이지 않는 1인 인구들 역시 자신만을 위한 소비를 중시한다고 했다.

특히 장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이들이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힐링'을 위해 여행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도 이유가 될수 있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가 단거리 국제선을 중심으로 활성화하면서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항공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 승객 수는 2011년보다 24.1% 늘었다.

환율 변수도 작용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보다는 국외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상황이 마련됐다. 최근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행 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에선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는 '올빼미 여행' 등 3일 이내 단기 일본 여행 예약 건수가 지난달 기준 작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기황 국내사업본부장은 "3년여 만에 엔화 환율이 최저치를 보이고 있어 이제껏 환율 때문에 여행을 미뤄왔던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공·여행업계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올해 전 세계 항공 수요는 5.1%, 한국 시장은 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도 고유가 현상과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시장 진입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공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국제선 여객 수송 목표를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1261만명으로 잡았다.

해외여행이 이제는 보편화된 현실이 되었다.이는 국내여행 비용 대비 해외여행 경비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는 점도  수요를 더욱 촉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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