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송 장악의도 전혀 없어… 법적으로도 불가능"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야당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핵심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방송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은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 없으면 껍데기 되나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 경제를 상징하는 부처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총괄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한 분야는 뉴미디어 관할권을 방송통신위에서 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뉴미디어란 전통적인 지상파 방송 외에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인터넷TV) 등을 아우른다.

지상파 방송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뉴미디어 시장은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핵심 산업을 키우려면 반드시 인허가권과 법률 제·개정권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 주장이다.

민주통합당은 "ICT 산업의 3%에 불과한 방송을 ICT라는 이름으로 모두 통합하는 것이 산업 진흥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박한다.



미래부에서 방송 업무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대거 이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CT 산업 규모는 연간 370조원에 이른다. 방송 시장은 11조원가량이다.

하지만 뉴미디어 시장은 향후 급성장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 가입자는 올해 8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4~5년 전만 해도 존재가 미미했으나 단기간에 케이블TV와 맞먹는 대표적인 유료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방통위 체제로는 불가능한가

박 대통령은 "국민이 출퇴근하면서 거리에서 휴대폰으로 방송을 보는 세상"이라며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현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방통위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는데 제대로 지원을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규제 위주로 가서 오히려 발목 잡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는 정부·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3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합의 또는 표결을 통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구조다. 이러다 보니 의사 결정이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는 위원회가 담당하던 산업 진흥 정책을 전담 부처로 옮겨서 방송·통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지원 육성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은 "방송은 여론 형성 기능이 있어서 순수한 산업 진흥 논리만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며 "위원회 제도를 유지해서 방송 정책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 장악 의도 있나

야당이 방송 정책 이관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여당이 방송의 공공성이나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위원회에서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했지만, 부처 체제로 바뀌면 장관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방송 장악 의도가 있든 없든 장관 한 사람이 방송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케이블방송·IPTV 등 뉴미디어 업무는 모두 미래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사업 인허가권도 미래창조부가 갖게 된다. 정부 여당이 뜻하기에 따라서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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