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보내준다" 재형저축 난투극

전날 재형저축에 가입했던 고객 290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더 높은 금리의 신상품으로 갈아탈것을 안내하는 외환은행 각 영업점 직원들은 7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은행 측이 연 4.3%로 고지했던 재형저축 최고 금리를 하루 만에 4.6%로 올렸기 때문이었다.

외환은행은 당초 재형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20만명에게 보너스 금리 0.3%포인트를 얹어줘 최고 4.6% 금리를 주려고 했다.그러나 과당 경쟁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제지에 나서자 선착순 보너스 금리를 백지화 시켜 결국 최고 금리가 4.3%로 낮아졌다. 그 결과 재형저축 판매 첫날,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금리를 급히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재형저축 출시 첫날 가장 많은 고객을 끌어들인 곳은 우리은행(7만2280명)이다. 이어 기업은행(6만5532명)과 국민은행(5만9372명)이 그 뒤를 이었다. 지점 숫자가 타 은행의 절반 수준인 "기업은행"은 절반의숫자에 불과한 지점수를 가지고도 업계 최고 4.6%의 금리를 고객들에게 제시 함으로서 덩치 큰 시중 은행들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A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각 은행 간의 재형저축 금리 차이를 캐묻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0.1%포인트 금리 차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최고금리가 4.0% 정도로 다른 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은 SC은행과 씨티은행은 판매 첫날 재형저축 가입고객이 20여명에 그쳤다.

오는 20일 산업은행이 인터넷 전용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면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은행 창구 대신 인터넷을 통해 재형저축을 판매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절감분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재형저축 금리를 0.1~0.2%포인트 더 줄 계획이다.

높은 금리덕에 재형저축 판매 이틀째인 7일 각 은행 영업점에는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업은행 본점에 있는 영업점의 고객 대기 시간은 평소의 2배인 10분을 훌쩍 넘겼다. 창구 직원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금리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경품까지 내걸고 고객 모시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하와이 여행권(우리은행), 아이패드 미니(국민은행), 모바일상품권(기업은행) 등의 선물을 주는 식이다. 은행 역시 직원별로 유치 계좌수를 할당 하기까지 했다.
재형저축 판매 경쟁엔 시중의 큰 은행들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4% 초반대 상품을 이미 출시했다. 저축은행과 우체국은 다음 주, 보험사는 다음 달에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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