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법무부 차관에 이어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거세다.

22일 김병관 후보자는 자원개발 특혜 논란 등을 비롯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했다. 앞서 김학의 차관은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제출했고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도 주식문제로 사퇴한바 있다.

여야는 이에대해 한목소리로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시스템를 비판하며 관계자 문책까지 제기하고 있다.

◇"朴인사 예고된 파국" "허술한 검증" 비판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청와대에선 변명을 했지만 오히려 검증팀의 무능만 부각시킬 뿐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장차관급 인사 과정에서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백지신탁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직에서 물러난 황철주씨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청와대는 더 이상 인사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실이 부른 '예고된 사고'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을 촉구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는 만사라 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망할 망' 망사로 가고 있다"며 "황철주 중소기업청 내정자와 김학의 법무부차관의 사퇴는 박근혜식 인사의 예고된 파국"이라고 비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지난달말 김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본인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무사통과시켰다"며 "안이한 대응과 부실검증이 부른 초대형 사고다. 검증 책임자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진보정당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은 물론 박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대부분 정관계 고위인사들로 알려진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소위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해 고위공직자,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연루됐다는 소문에 많은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경찰은 우려가 속히 불식될 수 있도록 진실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관 사퇴.."결정 늦었다" vs "판단 존중"

정치권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뒤늦게 물러던 김병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김 후보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다소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앞서 황우여 대표는 당내에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자 국방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사퇴는 민심 등을 고려해 깊은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고 그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야당은 사퇴 결정시점이 늦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결단이 정국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 아니라 김학의 별장 게이트라는 초대형 산불에 쫓겨 김병관이라는 가재도구를 팽개치는 격이라서 보는 마음이 씁쓸하다"고 혹평했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지금보다 한참 더 낮아진다고 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부적합 인사였다"며 "진작 사퇴했어야 마땅했음에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조차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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