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부당거래", 공정위에 입증 책임?
     
정치권이 법안을 만들었거나 입법을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수렴하지 않고 법안을 만들다 보니 부작용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는 상속·증여세법과 상법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조항을 신설한 데 이어 현재 7건의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의원 입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각각의 법안이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기업을 겨냥해 정부가 무리하게 법안을 만들다보니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는 것이 재계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16일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것만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지고 있는 것처럼하고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법조문을 명확히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지게 되면 특정 거래가 부당 내부거래인지를 놓고 기업과 공정위가 법정 다툼을 벌일 때 기업이 유리한 판결을 받기가 쉬워진다.

공정위는 또 부당 내부거래 제재범위와 관련,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일감 몰아주기만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직계열화된 거래는 원칙적으로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가 추진 중인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공정위가 이날 이 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무위 개정안이 기업들의 정상적 거래관행에 지나치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가 추진중인 안대로라면 기업들이 내부거래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거래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TV를 만드는 LG전자가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을 때 왜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공급처에서 배제했는지 소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감사원이 삼성 현대자동차 SK CJ 등 9개 대기업집단 총수에 대해 2004년부터 증여세를 소급 적용해 과세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국세청이 반대하고 나섰다. 국세청은 이미 오래전에 법적 검토를 거쳐 과세가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이제와서 감사원이 등을 떠민다고 해서 과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얘기다.“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무작정 대기업을 때리려는 시도에 대해 국세청도 억지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는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정치권의 졸속 입법은 더 있다. 2011년 12월 정치권이 통과시킨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 법은 특정 기업 대주주가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주로 있는 특정 회사와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사실상 증여를 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매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A사의 대주주가 친인척이 주주로 있는 B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B사 대주주인 친인척에게 과세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증여세 기준과 관련 거래(매출) 비중이 30% 이상일 경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수혜 기업(일감을 받는 기업)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7월 말 최초 과세를 한다고 한다. 또 일감을 받은 기업은 발생한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고 해당 기업 대주주는 소득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두고 증여세를 추가로 내는 건 이중과세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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