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 보험 못 든다는 문화재청 왜그러나?

국보급 보물 등 130건 중 가입 고작 48건, 보험사 꺼려 지방공제회·동부화재 몰려

국보·보물 화재보험 가입률 40% 밑돌아 5년 3개월 만에 복구한 숭례문도 미가입
문화재청 "예산 부족"·업계 "위험 높아" "정책성보험 등 통해 가입 의무화해야"

국보급 보물들이 화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을 비롯한 유명 문화재들이 화재보험 가입에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나면 수 백억원에 달하는 복구비용 등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보험 가입은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요목조문화재에 대한 화재보험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서 가장 많이 인수하고 있다. 민영보험사 중에서는 동부화재가 가장 많은 문화재 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목조문화제 화제보험을 가장 많이 인수한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특별법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해복구사업, 손해배상공제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문화재청 보고자료에 따르면 중요목조문화재 130건 중 화재보험에 가입한 문화재는 48개로 40%를 간신히 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지방공제회에 가입한 문화재는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부화재에 가입한 문화재는 15건으로 손보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5건, LIG손보 5건, 현대해상 2건, 한화손보 2건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한건도 인수하지 않아 문화재의 중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것 같다.

국보급 유물들이 이처럼 지방공제회에 많이 보험을 드는 이유는 싼 보험료 때문이다. 충북제천의 보물 528호 청풍 한벽루는 1년 보험료가 5만3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만에하나 부주의로 화재가 난다면 고작 2000만원의 보험금만 탈 수 있다고 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드나마나한 보험이다. 방화로 전소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이런 이유로 지방공제회에 연간 8만3000원의 최소 보험료를 납입하고 고작 9500만원의 보상을 받아 논란이 되기까지 했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의 말에따르면 “국보와 보물의 소유주가 화재보험 전액을 부담한다고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지자체가 화재보험을 보조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있다.또한 문화재단 관계자는 해외 문화재의 환수, 발굴 외에도 현재 지정된 문화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화재보험 가입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민영보험사에서 인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화재의 가치가 정확히 얼마인지 산정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위험률 자체도 몰라 인수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부화재만이 인수에 적극적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보험가액을 측정하기 어려워 문화재 인수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에서 최대한 인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지정 문화재의 재난 방지와 도난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화재에 대비한 보험 가입 관련 의무조항이 없어 상당수의 문화재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중 5년 3개월 만에 복구된 숭례문도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숭례문은 지난 4일 복구 기념식을 열었고, 총 복구 비용은 270억원에 달했다. 2008년 불이 났을 당시 보험 가액이 9500만원에 불과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건물의 면적당 보험 가액만 책정됐기 때문이다. 보험 가액은 보험 가입 대상이 입게 되는 손해액의 최고 한도를 말한다.

화재 이후 숭례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관리업무가 서울시 중구청에서 문화재청으로 이관됐다. 문화재청은 복구 두 달 전부터 숭례문에 대한 보험 가입 의사를 보험사들에게 전달했지만, 높은 위험 부담 탓에 선뜻 나서는 보험사가 없자 일단 행사부터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한 영업배상책임보험과 화재보험 등 관련 사안을 보험사들과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전국에 국보·보물로 지정된 167개 건축물의 보험 가입도 보험사들에게 요청한 상태다.그러니 이 또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문화재에 대한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적은 보험료를 받고 막대한 보험금을 내줘야 하는 보험사들이 수지타산 등을 이유로 계약 인수를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어려운 형편이다.

앞선 지난 2월 보험 계약을 갱신한 경북궁 등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요 궁을 비롯한 능도 사업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연간 4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보험료로 700여 개에 이르는 건물을 관리해야 하고 불이 나면 최대 115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보험가액)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에 계약을 인수했던 보험사가 1년 더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건물의 보험가액 책정은 국가디지털예산회계프로그램인 디브레인(dBrain)의 국유재산 대장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목조 건물은 위험이 너무 커 회사 내부적으로 계약 인수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지정했다”며 “더욱이 문화재는 자산가치조차 측정이 안 돼 이를 보험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들도 꺼리는 것이 국보급 문화재 보험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문화재에 대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들이 화재 위험을 공동으로 인수한 뒤 이를 넘어서는 위험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책성 보험이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요율 측정 등에 있어 정책성 보험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다만 문화재와 관련한 화재의 사전 예방이 최우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영국의 히스콕스(HISCOX) 등의 보험사들이 ‘아트-인슈어런스(Art-Insurance)’라는 명칭으로 비슷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험사들이 자신있게 보험을 인수하려하지 않는것을 탓할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험사들의 위험부담을 줄일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시해야만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문화재보험에 관한 관련규정이 없다고 한다. 또한 문화재 중 사적인 영역도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했다. 보험까지 지원하려면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재를 예산부족이라는 말로 합리화 해서는 안된다. 다른 예산을 삭감해서라도 예산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문화재보험을 활성화하려면 선진국처럼 전문감정사가 모든 조건을 고려해 문화재의 가치를 측정해 보험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정부는 대표성이 있는 손보협회 등을 통해 민영보험사와 협의를 해 주기를 바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들의 충고에 관심가져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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