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파티 불똥 '법조계서 재계로' 재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3월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2일 윤 전 회장은 자신이 간통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 불출석했다. 법원은 "윤 전 회장에게 송달한 공소장이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왔고, 윤 전 회장과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이 밝힌것 처럼 윤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으로 행방이 묘현했다.
연락이 안되던 지난 8일, 경찰청 관계자는 "윤 전 회장에게 9일 오후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연락이 닿은 윤 전 회장이 경찰소환에 응할 의사를 전달해왔다. 그리고 다음날 낮 12시30분께 언론의 수십여 대의 카메라 앞에 윤 전 회장은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윤 전 회장은 출두한 곳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조사실이 마련된 서울 미근동 경찰청 별관이다. 그는 '성접대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성접대 동영상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향응을 제공하고, 이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전 회장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추문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최초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한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의 로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대형 게이트로의 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전 회장에게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하나둘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지면서 대부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와 내연 관계에 있던 권모씨,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씨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볼때 사건의 '몸통'인 윤 전 회장만은 유독 수사망을 피해가는 듯 했다. 소환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리스트에 경찰 간부들이 포함돼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전 회장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핵심 피의자를 소환하지 못하는 경찰의 '헛발 수사'에 뜬소문만 우후죽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휘부가 교체되기까지 했다. '의혹만으로 덤볐던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는 언론의 비아냥거림은 계속됐고, 동영상의 실체마저 확언할 수 없다는 검찰발 전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김 전 차관이 낙마하면서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는 더욱더 깊어졌고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로서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끌어 온 성접대 수사가 반전을 맞이한 건 경찰이 동영상 원본을 입수하면서부터 수사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입수한 동영상 사본은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동영상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전 차관이라고 확인 할수 없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권씨 등의 증언을 빌어 김 전 차관의 혐의 입증에 노력을 가했다.
경찰 역시 도박을 했다.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와 공범인 운전기사 박모씨를 구속한 것이다. 이들은 윤 전 회장의 채무를 해결해주겠다며 권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체포됐다. 그리고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동영상 원본을 입수하게 됐다.
동영상 존재 확보로 두문불출하던 윤중천 자진출석 하게해 "혐의 일부 인정"
동영상 확보가 결정적 속도낸다.…'칼날' 대기업까지도 정조준
수사가 활기를 띈것은 경찰이 입수한 3개의 원본이다. 등장인물의 주연은 모두 김 전 차관이다. 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비로소 수사가 정상화된 모양새를 갖추었다. 경찰은 운전기사 박씨가 임의 제출한 노트북에서 이 원본을 입수했다. 앞서 운전기사 박씨는 권씨의 부탁을 받은 박씨의 지시로 윤씨가 갖고 있던 벤츠를 찾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동영상을 입수하자 경찰이 방아쇠를 당겼다. 당초 '수사 막바지 단계에 소환하겠다'던 윤 전 회장을 기존 방침보다 앞당겨 소환하게 된 것이다. 이는 윤 전 회장에게 동영상의 촬영 경위와 김 전 차관과의 관계, 로비의 대가성 등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찰은 윤 전 회장이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대가로 건설공사 수주 및 인·허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또한 윤 전 회장은 서울 동대문구 주상복합건물 분양 과정에서 있었던 횡령 사건에 대해 검찰이 3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 때문이라는 의혹도 함께 의심 받고 있다.
결국 사회 고위층의 '별장 섹스파티'의 실체가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 난관에 봉착했던 성접대 수사는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원본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 됐고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군가하는 것까지 드러난 상태다.
속도를 내고있는 경찰은 성접대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를 소환조사 함으로서 수사에 정점을 찍었다. 성 게이트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성접대 수사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성접대 의혹 중심에있는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52)이 경찰의 2차 소환조사에서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함에 따라 다음주 다시한번 재소환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차 소환 때 40% 가량 진술을 들은 이후 윤씨를 상대로 나머지 혐의에 대해 문답식으로 진술을 들었다"며 "본인이 인정하거나 시인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주까지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다시 정리한 뒤 다음주 중 윤씨를 다시 불러 진술과 상반되는 부분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이 과정에서 윤씨와 그를 지난해 11월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뒤 성접대 의혹을 주도적으로 폭로한 여성사업가 권모씨(52), 성접대에 동원된 일부 여성 참고인 등과 대질신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에 대한 조사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1회 조사가 이뤄졌기에 윤씨에게 진술 안 받은 부분은 다음주 대질을 통해 하나씩 정리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윤씨가 저축은행에서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대출 받았다는 혐의와 각종 공사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금융기관 관계자, 인·허가 담당공무원 등 사업관계자들을 소환해 최종 확인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윤씨의 불법행위를 규명하기 위해 혐의별 전담반을 구성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다음주 윤씨를 재소환하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 전체를 재점검한다. 앞서 윤씨는 지난 9일 1차 소환과 14일 2차 소환 때 각각 13시간, 16시간 등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윤씨는 지난 2008년 전후로 자신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협박하고 각종 사업과 고소·고발 사건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경찰은 "윤 전 회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혐의가 분명해질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경찰은 성접대 의혹의 '키맨' 중 1명인 권씨를 불러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및 건설 특혜 혐의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 주 내로 윤 전 회장의 2차 소환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내연관계였던 권씨와의 대질신문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윤 전 회장의 소환으로 성접대 동영상의 주인공인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곧 이뤄지지 않겠냐는 게 주된 분석이다.
대기업도 연루?
아울러 경찰은 모 대기업 고문도 윤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포착, 윤 전 회장이 과거 운영하던 건설업체의 재무재표와 손익계산서 등 회계장부를 압수했다. 현재 경찰은 대기업 고문과 윤 전 회장 사이에 대가성을 띤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가리는 중이다.
결과 여하에 따라 성접대 수사는 법조계에서 재계로 칼끝이 넘어 갈 공산이 커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재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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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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