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았는가?

대전의 모대학에서 국문과를 비롯한 인문학의 몇 과를 통합 혹은 폐지하는 안이 발표되자 인문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문학의 위기에서 한발 비켜서있던 국문과가 그 대상에 들어 언론의 반짝 주목을 받은 듯하다. 혹시라도 국문학이 지금까지 인문학의 위기에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배재대학교가 학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는 국문과를 한국어학과와 합쳐져 한국어문학과로 통합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는 통합의 문제를 두고  “국문과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저항에 곤혹을 치뤄야 할 것 같다. 국문과 학생들은 “130년 가까이 지켜온 배재학당(설립 1885년)의 교육정신의 맥을 끊으려 하고 있다”고 학교측의 학제개편안에 크게 반발했다.

이번 사태는 배재대학교의 전신인 배재학당이 국어연구의 기념비적인 인물인 주시경 선생과 민족시인 김소월 등을 배출한 역사가 깊은 곳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또한 인문학의 위기론까지로 번지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오히려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위기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어 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만 그 원인 진단에서 아직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일부 학자는 인문학의 위기라기보다는 인문학 관련 학과들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인문학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기라며, 인문학 관련 강연과 모임들이 얼마나 관심을 끌고 있는지 알고 있는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인문학을 단순히 거리인문학, 방송인문학이라 할 수 있는 이를테면 ‘썰’의 인문학으로, 아마추어리즘으로만 인식하는 지극히 피상적 시각이다.

인문학 발전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인문학 관련 영역의 발전은 항상 공적 제도나 기관의 형성과 밀접히 연관을 맺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여기에는 권력의 후원도 때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 수요의 문제는 어떤가?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줄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지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문학을 중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학들로 하여금 인문학의 총체적인 위기설을 부르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갖게 하는 이유다.

이것은 인과성을 무시한 편협한 견해다. 사회적 수요의 문제에 관한 한 그 원인은 인문학 자체의 책임보다는, 많은 경우 사회경제적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부분 인문학이 사회적 수요 창출에 실패한 자책은 가져야 하겠지만 그것이 정책을 통해 인문학을 배제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가치와 행복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는 정책당국이라면 인문학을 제도적으로 배척하기 보다는 인문학이 새로운 사회경제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지원하거나 적어도 그럴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경제정책의 화두인 창조경제는 이런 맥락에서 실천되어야 구호가 아닌 성공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인문학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의심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철학과 등 인문계 학과들이 통합되거나 폐과되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년째 계속 언급된 인문학의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난이 장기화됨에 따라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 공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에 반해 인문학이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 담장을 넘으면 수많은 공공 도서관들이 인문학에 초점을 맞춘 교양 프로그램을 책임감있게 소개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제공하는가 하면, 인문학을 가르치는 온라인 강의와 팟캐스트 등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성남시 평생학습센터의 ‘지호락 인문학 콘서트’처럼 정부나 기업 등에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인문학의 부활인가, 위기인가? 라는 문제를 두고 학자는 책을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저자로 유명한 부산대 강명관 교수는 “교양으로서의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문학의 상당히 수요가 크다”면서도 인문학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양면성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인문학이 망하네마네 하는 것은 그 책임의 대부분은 이 사회에 있다”면서 사람을 무한경쟁으로 몰고 가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강 교수는 입시지옥으로 인해 아이들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사회에 나간 한참 후에야 뒤늦게 인문학에 대한 갈구가 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설은 여러 연구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역사지식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처가 올해 초 국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중 6, 25 한국전쟁에 대해 모른다는 답을 한 사람이 23.2%에 달했다는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는 다른 세대 중 한국전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10%이내인 것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학생들 사이에서 국사과목이 외면받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져 들게한다. 작년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2005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자의 27.7%가 국사를 선택했지만 이후 국사선택 비중이 매년 하락해 2012학년도에는 6.9%로 떨어졌다고 한다.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년동안 책을 한권이라도 읽었다는 사람은 성인들 중 66.8%에 불과해 94년 (86.8%)과 비교해 무려 20%가 하락했다. 학생들의 경우 83.8%를 기록해 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학, 철학과 역사와 같은 유서깊은 학문은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는 데 있어 고전하고 있지만 그 미래는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한편으로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교육 기관과 지역 도서관이 새롭고 야심찬 프로그램으로 인문학을 굳건히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대학 기관과 지역 도서관의 인문학의 재발견은 대중이 인문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갖고자 하는 요구가 반영된 사례라고 전문가는 언급한다.

학자는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러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과연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 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려워했고, 이로 인해 학계와 일반 대중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는 열망이 늘어났다는 것이 다소 설득력이 있다. 

인문학이 대중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학자는“한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들이 선진국을 따라잡기보단 창의와 지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창의력을 이야기하고 선진국에 대한 인문학의 관심이 과학기술을 넘어 기술의 진보를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학자의 생각인것 처럼 나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정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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