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방송 역무 위반 논란끝에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된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Dish Convergence Solution)이 서울 일부 지역에서 버젓이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KT는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IPTV와 위성방송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의 신규 가입자에게 DCS를 설치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북구 정릉동과 월곡동 일부 지역은 지난 3월부터 신규 가입자에게 DCS를 시범설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릉동과 월곡동 일대를 담당하는 KT 월곡 지사가 관내를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DCS를 설치해주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는 DCS 설치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DCS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통해준다"고 설명했다.

정릉·월곡 지역을 시범 설치 지역으로 정한 것은 접시 안테나를 통한 직접수신방식(DTH·Direct to Home) 방식으로는 방송 수신이 쉽지 않은 음영지역이 많은데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의 단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다르지 않아 중랑구 등 다른 지역에서 DCS 가입을 문의해본 결과, 원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DCS를 설치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KT 임원급 관계자는 "셋톱박스가 한정돼 있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서울 전지역에서 DCS를 설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DCS는 위성방송 신호를 KT스카이라이프의 모회사인 KT의 전화국에서 수신, 이를 인터넷망으로 가입자 가구에 전달하는 서비스다. 접시 안테나 없이도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성방송이 IPTV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방송 역무 위반이라는 주장이 케이블TV 업계에서 제기됐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8월 서비스 중지를 명령했다.

당시 KT스카이라이프는 방통위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은 방통위의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이후 방통위는 지난 2월 관련 법을 개정해 DCS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이 방침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 대책에도 포함됐지만 아직은 법 개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OTS는 KT 스카이라이프와 모회사 KT가 각각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문제가 된 DCS의 설치는 KT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 차원에서 DCS를 설치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DCS가 위법 판정을 받은 뒤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허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다"면서 "KT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케이블TV 업계는 OTS가 KT의 통신분야 시장 지배력이 방송분야로 전이될 우려가 큰 결합 상품이라며 서비스 중단을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KT는 "아직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DCS를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며 "영업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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