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에 꼭 건너야 했던 탈북자들의 실화

▲ 영화 48미터 포스터/사진=48미터 공식 홈페이지 

'살아야했다. 살기 위해 죽어도 건너야 했다'

영화 '48미터' 삶과 죽음사이에서 꼭 건너야만 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만들어낸 실제 이야기. 슬프고도 위대한 감동드라마가 시작된다.

북한과 중국을 가로지르는 압록강.

압록강의 최단 거리 48미터. 100미터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넘는 이들이 있다.

압록강을 건너는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는 동시에 생존과 연계돼 숨막히는 모습을 그려냈다.

◆48미터 제작부터 배급까지

'북한 인권'을 주제로 탈출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탈북자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안혁 씨 등 탈북자들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는 7~8명의 탈북자가 돈을 투자해 만들었다.

배급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주요 배급사와 접촉했지만, 북한인권이 민감한 주제라고 배급을 꺼렸다.

그러나 CJ E&M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결정해 4일 개봉할 수 있었다.

CJ E&M은 영화에 대해 "상업적인 것을 떠나 많은 국민이 보면 좋을 영화"라고 평했다.

이 영화는 약 90분 분량으로 지난 해 4월께 완성 돼 같은 해 9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위원회 특별시사회와 미국 하원 특별시사회에서 상영되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북한을 탈출하는지, 왜 북한을 떠나려고 하는지, 그리고 강제북송되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보여주고 싶어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눈물겨운 제작과정

▲ 민백두 감독이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48미터' 언론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의 제작을 위해 민백두 감독은 탈북자들이 생활하는 새터민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중간 민백두 감독은 탈북자들의 손을 붙잡고 울기도 하고, 탈북자들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가슴아파해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인터뷰는 엄마와 딸이 천신만고 끝에 압록강을 건넜으나, 각각 인신매매를 당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는 "딸은 간신히 탈출해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는 인신매매 당해 아이를 낳고 중국 한 남성과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국집안도 너무 가난해 딸은 중국의 주민증을 위조해 현지 공장에 취직했다"며 "그는 공장에서 번 돈을 한달에 한번 엄마에게 갖다 줬다. 언제 강제 북송 당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딸은 엄마 때문에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엄마도 딸 때문에 중국을 떠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이라며 "같은 민족인데 무관심속에 묻어 두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제작과정에서 새터민 탈북자 7-8명이 돈을 모아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는 한국에서 북한을 다룬 소재의 영화는 탈북자들의 진솔한 마음과 그 과정을 다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민 감독은 "탈북자들이 왜 고향을 버리고, 부모·가족·형제를 버려서 압록강을 건널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그들의 가슴아픈 표정과 생생감을 담는데 주력했다.

또 탈북자들이 죽음을 고사하고 한국까지 오게 된 이유를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

△무거운 주제 만큼이나 힘겨운 배급과정

북한영화, 북한 인권을 다룬 주제는 무거운 소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주제로 배급사들은 영화 상영을 꺼렸고, 개봉일은 계속해서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CJ E&M에서 정전60주년과 동시에 6·25전쟁 63주년을 기념하고자 이 영화를 상영키로 했다.

북한 인권문제는 꼭 알아야만 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수입구조 때문에 배급이 잘 되지 않았던 문제를 다행히도 해결하게 된 것이다.

◆영화와 현실사이

▲ 영화 '48미터' 스틸 컷   

영화의 줄거리는 어릴 적 경계선에서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한 자매, 눈 앞에서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군인, 사랑하는 사람과 지독한 이곳을 벗어나야만 하는 커플, 굶어 죽어가는 자식을 살려야 하는 부모, 아픈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떠나야만 하는 딸이 목숨을 걸고 꼭 48미터를 넘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숨막히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영화는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강도를 낮춘 것이라고 한다.

민 감독은 "실제로 탈북하다 잡히면 알몸 상태에서 눈, 코, 항문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각목으로 맞아요. 성기나 항문에 감췄을지 모르는 달러를 찾기 위해서죠"라고 밝혀 가슴아프게 했다.

또 영화에서는 시어머니를 데리고 북한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며느리에 대한 얘기를 그렸는데,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돈을 주고 강을 건넌다.

하지만 실제,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몸을 팔고 강을 건널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고.

영화에서는 너무 잔인하고 충격성 때문에 강도를 낮추기 위해 이 장면을 넣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북한 인권 영화인 동시에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담은 48미터는 지금 우리 세대가 꼭 봐야 할 영화임에 틀림 없다.

민 감독은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이 아닌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처절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우리의 동포'라는 점을 환기시켜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탈북자 20만명. 하지만 남한테 들어온 사람은 2만3000여명. 나머지 18여 만명은 대부분 북한으로 강제북송 돼 처형당하고, 간신히 북한을 벗어나도 목숨만 부지한 채 아시아 각국을 떠돌아 다니고 있다.

김정은 체재, 더욱 엄격한 감시와 철저하게 닫혀있는 상태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유와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압록강을 건넌다.

북한 문제와 인권 문제를 동시에 담으려고 한 영화 48미터.

4일 개봉 이후 평점 9.78점을 받으며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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