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경제계가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주요국의 자본규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제공조가 없는 자본규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현재 IMF,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토빈세 등의 도입은 국제적으로 공감대 형성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토빈세는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국제투기자본(핫머니)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각 국의 통화가 급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단기자본 이동에 세금을 물리자는 데서 유래됐다.

최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단기 이익추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으로 토빈세 도입 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며, 브라질은 지난 10월 단기투자 목적의 외자유입에 대해 2%의 금융거래세(IOF)를 부과하였다.

보고서는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효과로  개발도상국 저축 및 국내투자 증대  환율정책 수립 용이  외환 및 금융위기에 대한 취약성 감소 등을 들 수 있다”면서도 “국제공조가 없는 자본규제는 국제적 투기거래를 차단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본유입 감소와 유입자금 이탈, 파생상품 거래량 감소 및 주식시장 위축, 환율상승 및 국가신인도 저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공조 없이 도입한 자본규제는 우회적인 자본거래를 활성화시켜 다른 형태의 자본유입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주식시장 변동성만 더 증가시키는 불안정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의는 외은지점과 달리 국내은행만 차입규제를 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자본유출이 국내 금융위기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외은지점의 외화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외은지점에 대한 외환건전성 규제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환·주식·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은지점이 보유한 국내채권 잔고는 금년 1월말 기준 51조 5천억원에 이르며 외은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각할 경우 금리가 급등하여 가계 및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외환시장의 유동성 공급 감소 및 외환 관련 파생거래 위축으로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대외충격에 여전히 취약한 만큼 정부가 자본규제와 관련된 국내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규제 도입 국가들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규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가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와 관련된 문제점, 도입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향후 금융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자본규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외화유동성 및 환위험 관리를 해달라는 것이다.

상의 관계자는 “1984년에 주식과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했다가 1991년에 결국 폐지한 스웨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인 공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본규제를 선언하는 국가가 가장 큰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전세계에서 토빈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이 유일할 뿐 아니라 미국도 부작용을 우려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토빈세의 국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