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 경쟁적 수위 높여 출연자 부상 잇따라

▲ MBC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사진=MBC 제공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수위를 높이면서 출연자들의 부상이 잇따르고 있다.

5일 방송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MBC 예능 프로그램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 녹화에서 개그맨 이봉원이 다이빙 연습 도중 안면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소동이 있었다. 알려진 만큼 위중한 상태는 아니지만 눈 주변이 심하게 부어오른 것으로 알려졌고 제작진은 이봉원의 하차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봉원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도 연습으로 인해 온몸이 멍투성이었다. 지난 8월23일부터 3회가 방송되는 동안 이봉원을 포함해 출연진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훈과 샘해밍턴, 클라라, 아이비 등은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들거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등의 부상을 입은 바 있다.

'더 화려하고 더 치열해진 다이빙' 이라는 주제를 갖고 출연자들은 아마추어 실력으로 '화려함'을 보여야하기 때문에 어쩌면 '스플래시' 출연진들의 잦은 부상소식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에 '스플래시'의 신정수 PD는 "가학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들은 "더쳐서 우는 연예인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볼 때마다 사고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3일 녹화가 이뤄진 MBC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아육대)에서도 출연자들의 크고 작은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빅스의 레오가 풋살 경기 도중 발목에 부상을 당해 깁스를 했고 그룹 엑소의 타오도 높이뛰기를 하던 중 허리를 다쳐 응급처치를 받았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은 지난달 초 이 프로그램의 래프팅 장면 촬영 도중 급류에 휩쓸리면서 부상했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인 배우 조달환도 지난 7월 말 "어깨와 엉덩이 쪽 근육이 좀 터졌다"며 부상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교수는 지난 7월 1일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시즌2' 녹화에서 실제 선수와 경기를 펼치던 중 근육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지만, 역시 고정 출연 중인 '우리동네 예체능' 녹화에 참여해 시청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역시 인기리에 방송 중이지만,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김수로는 지난 6월 '진짜 사나이' 촬영 도중 어깨 부상을 당했는데도 유격 훈련을 계속 하다가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 부상을 방치하다가 결국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앞서 가수 김범수도 지난 6월 SBS '맨발의 친구들' 녹화 도중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박미선은 지난 6월 26일 한 수영장에서 진행된 MBC '블라인드 테스트쇼 180도' 녹화에서 플라잉 체어(flying chair)를 체험하다 발목이 골절됐다.

이런 안전 불감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학적인 게임, 강도높은 위험성, 보호장구 없이 게임에 임하는 모습들은 늘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계속적으로 서바이벌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극한 도전에 나서는 연예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몸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의 촬영장에는 의료진이 대기해야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글의 법칙>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은 대부분 의료진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 참여와 같은 대형 특집 프로그램 때만 의료진을 대동했다.

방송사끼리 경쟁이 붙어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연예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촬영 현장의 안전 장치는 가장 필요한 때이다. 안전 장치를 마련해 연예인들이 부상당하는 일도 시청자들이 불안감과 거부감으로 고통받는 일도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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