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선당후사' 이미지 타격…김한길도 리더십 상처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 전체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다.

손 고문의 '구원등판'으로 새누리당 후보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와의 '빅매치'를 성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정국에 따른 수세국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재보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서 전 대표와 손 고문의 대결구도를 통해 현 정부 심판론에 불을 댕겨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손 고문은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일 김한길 대표와의 심야회동에서 한차례 고사한데 이어 "출마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며 김 대표의 재회동 제안을 뿌리쳤다.

최원식 양승조 의원 등 지도부내 손학규계 인사들이 잇따라 '특사'로 급파됐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똑같았다.

한 핵심인사는 6일 "요지부동"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고문 차출론이 물건너가는 상황이 되자 당 전체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됐다"며 허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상 재보선은 끝났다"는 자조감도 새어나왔다.

지난달 29일 귀국 당시만 해도 "그동안 몸을 살리지 않고 던져왔다"고 여운을 남겼던 손 고문이 불출마 결심을 굳힌 배경을 놓고도 당내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손 고문은 "대선에 패배,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 욕심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재기를 노리는 손 고문 입장에서는 승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패배시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세균계의 오일용 현 지역위원장이 이미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내부 교통정리 등 지도부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정지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묻어난 결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인사는 "출마 요청 과정에서 김한길 지도부의 절박성이나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없었다"라며 "재보선에 대한 면밀한 승리전략이나 충분한 준비 없이 분위기에 쫓겨 요청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전날에는 오 위원장의 출마를 지원하는 일부 초선 의원들이 손 고문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린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손 고문은 이날 밤 당내 손학규계 인사들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 손 고문으로선 이번 불출마 결심이 자신이 내세온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주면서 훗날을 도모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이처럼 어려울 때 대선 패배 책임론을 내세워 불출마하는 게 설득력 있는 명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로서도 손 고문을 설득하는데 실패, 리더십에 일정부분 타격을 입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전망이 극히 어두운 재보선 결과에 대한 후폭풍도 감수해야 할 처지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 대표로서 재보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당으로선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호기를 또한번 놓쳐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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