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보나르의 ‘미모사 꽃이 핀 아틀리에’, 매진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술품 경매 장면이 아니다. TV홈쇼핑의 미술품 판매 방송에서 준비된 그림이 모두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TV홈쇼핑이 국내 미술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반 대중들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집에도 그림 한 점 걸어놓고 싶다’는 수요는 부쩍 늘고 있지만, 고속터미널, 삼각지 등 지하상가에서 품질 보장이 안된 모조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던 일반 소비자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줄 신 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CJ홈쇼핑(대표 이해선, www.CJmall.com)은 지난 2월 22일 일요일 ‘퐁피두센터 특별전 기념 명화’ 방송을 통해 고흐의 ‘론강의 별밤’ 등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명작 7점의 ‘지클 프린트(Giclee Print)’ 작품을 판매한 결과, 1시간 만에 1,500점 판매의 호실적을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장기간에 걸친 시장 조사 및 소비자 니즈 분석 과정이 수반됐다. 런칭을 담당한 CJ홈쇼핑 민주원 MD(상품기획자)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대규모의 미술행사에서 일반 대중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예상외로 뜨겁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들을 타겟으로 한 대중적인 미술품 판매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민주원 MD는 국내에서는 고가의 소장용 작품이 아니고는 ‘인테리어’를 위한 마땅한 그림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이 전무하다는 점에 눈을 돌렸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우면서도 경쟁력 있는 미술품을 발굴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품 유통시장을 새로이 조성한다면, 충분히 ‘블루 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TV홈쇼핑은 전국 규모의 방송이 가능한 매체이기에, 이러한 시장 형성에 가장 좋은 유통채널이라는 점도 확신의 근거가 됐다.

민주원 MD는 이를 위해 수 차례의 FGI(Focus Group Interview)와 서베이를 통해 고객들이 어떠한 그림을 선호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려 하는지,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대중적인 작품이지만 충분한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해외 시장 역시도 조사했다. 미국과 프랑스에 각각 출장을 나가 살펴본 결과, 소장용 고가 그림 시장과 ‘인테리어용 그림 시장(Wall Art Category)’이 구분되어 각각 매우 활성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좀 더 질 높고, 소장 가치 있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들의 ‘명화’를 런칭 상품으로 결정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및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중 명화들 중 7점을 첫 방송 상품으로 선정했으며,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퐁피두센터 특별전’과 엮어 ‘기념우표’와 같은 한정 판매의 가치도 부여했다.

방송을 통해 판매된 작품들은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회로부터 직접 제공받은 공인인증필름을 사용해 원화의 느낌을 가장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프린팅 기법인 ‘지클 프린트’ 기법으로 인쇄했으며, 빛 투과율과 내구성이 좋아 사진작가들이 애용하는 ‘뮤라섹(MU:LASEC)’ 액자를 사용해 고급 인테리어 용품으로 손색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액자 뒷면에는 퐁피두센터 특별전 기념 판매를 명기한 시그니처(Signature)를 부착해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총 1,500건의 주문이 이뤄졌으며, 이 중 피에르 보나르의 ‘미모사 꽃이 핀 아틀리에’는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특히 30대 중반~40대 중반 고객들의 주문이 가장 많았다. 봄을 맞아 집안 분위기를 바꿔 줄 그림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작품과 구매처를 찾기 어려웠던 이들 고객층에서 주말을 맞아 부부가 함께 방송을 보고 구매 전화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원 MD는 “이번 명화 작품 판매 시작으로, 핸드 메이드 유화 등 일반 대중이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미술품들을 계속해서 소개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특히 국내 작가들의 경우 과반수 이상이 판로를 찾지 못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홈쇼핑의 체계적인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이들을 위한 판로 개척에도 힘을 실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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