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리더십 상처…안팎으로 후폭풍 예상


민주당이 30일 경기 화성갑과 경기 포항 남·울릉 2곳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완패', 지난 대선 이후 첫 재·보선이었던 4·24 재·보선에 이은 '2연패'라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의 출마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 화성갑에서 내심 '미라클(기적)'을 외치며 당력을 총동원했지만,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참패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이에 따라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남은 정기국회 기간 대여투쟁 동력도 일정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거듭된 인사 논란 등 호재에도 불구,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표류하는 무기력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탓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야권 지지층내에서조차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심리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마저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초미니 선거'라 그 의미가 축소된데다 두 곳 모두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점, 화성갑의 경우 '손학규 카드' 불발로 일찌감치 패배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던 만큼, 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표정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박근혜정부 공약 파기 논란을 양대 축으로 전면에 내세웠던 '정권 심판론' 내지 '견제론'이 이렇다할 힘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대여공세 국면을 이끌 동력이 적잖이 상실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 이후의 입법·예산투쟁 과정에서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대여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민주당'을 내세워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처음 지휘봉을 잡은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둠에 따라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2곳 전패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예상돼온 터라 지도부 교체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분위기이지만, 무기력한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대표 취임 이후 계속돼온 지도력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한길 지도부의 구심점 약화가 문재인 의원이나 손학규 상임고문 등 당내 '주주'들의 반사이익으로 당장 이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한 지난 23일 성명 발표로 대선불복 논란을 가중시키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여기에 곧 있을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미(未) 이관사태에 대한 검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도 그를 옥죄고 있다.

손 고문도 당의 요청을 끝내 뿌리치고 불출마를 선택함으로써 그동안 내세워온 '선당후사(先黨後私.당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뜻)'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향후 정국 대응 기조를 둘러싼 내부 노선투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노(친노무현)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해 더욱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나, 온건파 쪽에서는 강경 노선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민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서청원 의원의 당선으로 새누리당 권력구조에 상당한 변화와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위로를 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여권내 권력투쟁 본격화에 따른 자중지란이 연출되는 게 우리한테 나쁘지만은 않다"고 자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전술적 패배'를 향후 정국에서의 '전략적 승리'로 반전시키기 위해선 제1야당으로서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이 요구된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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