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은 14일 국회 대회의장에서 그의 많은 지지자들과 동료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출판 기념회를 갖고 정치 현상을 나타내는 詩를 소개하고 낭독했다.
▲  김영환 의원(가운데)이  축하겍에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잔도를 불태우라’

2013년 김영환의 참회록1      

지금 저는, 떨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포항-화성 보선에서도 패배의 고리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내 탓이오’와 참회록이 없습니다.
대선이 끝난 지금 단 한사람도 ‘내 탓이오’가 없고, 참회록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2017년 대선도 낙관할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원했던
멘붕의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어둑새벽에 저는 1555년 남명 조식 선생의 상소문
<단성소(丹城疏)>를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나라의 근본은 없어졌고 하늘의 뜻도 민심도 이미 떠나버렸습니다.
큰 고목이 백 년 동안 벌레에 먹혀서 그 진이 다 말라버렸으니
언제 폭풍우를 만나 쓰러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낮은 벼슬아치와 높은 벼슬아치의 오장육부는
안으로 곪을 대로 곪았는데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조상의 기개는커녕 서푼도 안되는 용기를 가지고
연이은 패배의 수렁 속에서 민주당의 전열을 흩트리고, 
진영논리에 사로 잡혀 친노-반노의 철지난 논쟁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민주당은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하였는가?
왜 민주당은 독자적인 집권을 하지 못하고
번번이 단일화와 야권연대에 대롱대롱 매달리는가?
만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손잡고
이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어냈다면…두 분 중 한 분은 청와대에,
한 분은 다시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가 되었을텐데…
너무나 아쉽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SNS 여론에 끌려 다녔습니다.
끌려 다니는 정당은 결코, 집권할 수 없습니다.
끌려 다니는 지도자는 결코 지도자가 아닙니다.
이것이 지난 대선의 교훈입니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관념적 급진론과 진영논리에 빠졌고
국민의 민생복지와는 무관한 정치투쟁에 함몰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한 운동권출신 정치인들의 책임이 큽니다.
선민의식과 독선에 깊이 빠졌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소시민들에 대한, 국민에 대한 예의가 부족했습니다. 
우리당 지도부는 올바른 노선을 취했으나
당내 일부의 주장에 이끌려 NLL대화록 공개를 추진했습니다.
당내세력 일부가 했던, 대선불복으로 비치는 입장발표에 대해서도
확실히 제동을 걸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예산심의, 민생입법과 특검을 연계하는 일과
장외투쟁에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김한길대표에게 민주당의 마지막 희망이 있습니다.
김한길대표의 두 어깨에 당의 명운이 걸려 있습니다.
새로운 여야관계가 만들어지고,
정치의 생산성이 회복되어야합니다.

‘경쟁과 상생’의 대상인 안철수 신당과의 딜레마를
김 대표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변화를 위해
우리는, 이제, 낡은 사고와 결별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 ‘나만이 옳다’는, 독선의 잔도를 불태우라 !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네 탓이오”라는 잔도를 불태우라 !
오늘 아침 남명 조식과 충무공 이순신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씀입니다.
지금 새 정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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