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또 수정할 듯…주가 하락에 '부글부글'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2차례나 수정했는데 쉰들러의 소송 위험을 반영해 또다시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쉰들러의 소송으로 주가도 하락세여서 증자로 인한 자금조달 규모가 애초 예정했던 것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쉰들러가 지난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판단하고 이를 증권신고서에 반영하도록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쉰들러의 소송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파생상품 계약과 경영권 분쟁에 연관된 사안이므로 증자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고지해야 할 주요 정보"라면서 "회사 측이 증자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이런 투자 위험 요소를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현대상선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7천180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제기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이미 쉰들러의 소송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만큼 일부 문구만 바꿔주는 수준으로 수정할지, 아니면 소송의 상세 내용과 파급 효과 등을 상세히 담도록 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소폭 수정의 경우 예정대로 오는 15일에 증권신고서가 효력이 발생하지만, 중요한 정정사항이 발생하면 10영업일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더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직 법원으로부터 쉰들러가 제기한 소송의 세부 내용을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에 세부 내용을 반영해 수정 제출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말 운영자금 2천17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통주 6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며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파생상품 관련 투자위험과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2차례나 신고서를 수정 제출했다.

쉰들러의 소송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신주 발행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에 회사 측이 예상했던 자금 조달 규모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1차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15일 우리사주조합 청약 등을 거쳐 다음 달 19일 확정 발행가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13일 쉰들러의 소송 소식 등의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3.61%(1천800원) 하락한 4만8천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는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여러 차례 수정하는 것이 관행이므로 수정해야 한다면 규정과 절차에 맞춰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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