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GS칼텍스, 세계 정유시장 글로벌 톱20 진입

국내 정유4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부회장 구자영)과 GS칼텍스(부회장 허진수)가 글로벌 정유기업 '톱 2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정유기업의 선두권에 비해 국내정유사는 매출이나 이익률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상위권 업체들이 산유국을 기반으로 성장했거나 거대 유전을 독차지하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국내 업체들이 비산유국의 설움을 딛고 상위 순위에 진입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2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1위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473억6천200만 달러로 글로벌 '톱 20' 가운데 15위, GS칼텍스는 319억2천100만 달러로 18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매출 규모는 3천497억 달러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시노펙에 비해 13.5%로 영업이익도 10.2%에 불과하다.

한단계 위인 14위를 차지한 스페인의 렙솔과는 매출이 100억 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1천억 달러대를 기록한 12위 로스네프트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위권의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모두 유전, 가스전 등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전체 매출의 75%를 2차 정제 및 유통으로 얻고 있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319억 달러의 대부분을 원유를 정제해서 판매하는 이른바 '다운스트림' 사업에서 얻고 있다.

글로벌 '톱 20'의 전체 매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1.6%, GS칼텍스는 1.1%를 차지하고 있다. 215억 달러를 기록한 S-Oil과 152억 달러의 현대오일뱅크는 순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매출 규모 뿐 아니라 수익성에 있어서도 선두권 업체들과 큰 격차가 있다.

에너지 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허나 세계적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 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탓이다.

글로벌 상위 20개 석유회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3%였던 것에 반해 국내 정유 4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SK이노베이션이 2.8%를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 2.5%, GS칼텍스 2.4%, S-Oil 2%로 나타났다. 글로벌 '톱20'에 포함된 외국 정유사 가운데 국내 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시노펙과 필립스66이 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을 뿐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최소 6%에서 최고 33%에 달했다.

콜롬비아의 에코패트롤이 매출 275억 달러 중 92억 달러를 남기며 영업이익률 33.6%를 기록했고 미국의 콘코필립스가 26.9%, 노르웨이의 스타토일이 23.3%를 기록하는 등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업스트림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석유사와 다운스트림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석유 시추 등의 석유 개발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높고 직접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2차 가공이나 판매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원유를 들여다 정제해서 마진을 남기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비산유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제사업만으로 글로벌 기업 순위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실로 대단한 일로 여겨진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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