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초부터 악재만난 GS칼텍스 원유유출사고  법적, 도덕적 과제 어찌풀꼬

 


GS칼텍스가 연초부터 악재를 만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00억 원대 부정환급 추징금 납부로 직격탄을 맞은 GS칼텍스는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산업단지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마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GS칼텍스는 3일 원유유출 사고 발생 직후 인력을 급파해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사고발생 4일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로선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힘든 상황이다. GS칼텍스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고가 일어나자 원유사인 GS칼텍스가 이번사태와 관련 피해보상을 언급했다. 일차적으로 어민단체-유관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유 유출 사고는 싱가포르 국적의 32만 톤급 유조선 '우이산호'가 GS칼텍스의 잔교(선박을 육지에 대기 위한 접안 시설)와 3개의 원유 송유관을 들이받아 발생했다.

파손된 송유관에 남은 원유가 바다에 유출되자 당국은 정화선, 해경 방제선 등을 동원했으며 공무원, 지역주민, GS칼텍스 직원 등 1000여명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GS칼텍스의 사고 규모 축소와 신고 지연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태다. 해경의 발표와 GS칼텍스 측의 설명이 큰 차이가 나기때문이다.

해경은 3일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싱가포르 국적 16만톤의 유조선 우이산호가 GS칼텍스 원유부두의 대형 송유관과 충돌해 발생한 사건으로 16만4000리터의 원유와 나프타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GS칼텍스 측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누출된 기름의 양이 800리터(4드럼)쯤 된다'고 했으나 해경의 발표와는 무려 200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은폐시도가 없었다면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수치다.

여수해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GS칼텍스 책임자의 과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제작업이 완료되려면 1~2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초기 유출규모는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다. 현장 관계자가 추정한 내용이 확산된 것"이라며 "공신력있는 기관의 발표 전까지 추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GS칼텍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고를 낸 선사는 10억 달러 규모의 선주상호보험(P&I)에 가입해 주민 피해 보상에는 문제가 없다.

GS칼텍스의 여수 공장도 인근 한국석유공사의 출하장을 이용해 차질없이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1995년 '시프린스 유조선 좌초 사건'의 당사자 GS칼텍스가 이번에 재차 유출사고를 내면서 지역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시프린스호 사건 이후 GS칼텍스는 1000억 원을 출연해 여수지역 사회공헌 사업을 벌여왔는데 이번 사고로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제2의 '태안 사태'가 되지 않을 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앞바다에서는 정박중이던 홍콩 선적 유조선을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선이 들이 받아 대량의 기름유출 사고가 났다.

피해보상 주체인 주민 협의체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고, 피해보상 범위도 갑론을박이다. 삼성중공업의 피해보상 출연금 배분을 놓고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태안은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국민적인 노력으로 맑은 바다를 되찾았지만 그 후유증에선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여수 기름유출사고 역시 사고 발생의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피해보상이 마무리되려면 가야할 길이 멀어보인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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