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백지·복수 원서를 들고 극심한 눈치싸움을 벌여 마감시간 직전 대학 접수창구는 시장처럼 혼잡했다. 가족들까지 동원돼 미달학과를 찾아 카폰으로 연락, 순간적으로 지원대학이나 학과를 바꾸는 모습도 보였다."

30년 전인 1984년 대학입시 풍경을 전하는 기사의 일절이다. 차량용 전화 '카폰'의 등장이 당시 대학입시 양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카폰으로 시작한 한국의 이동통신은 1세대(1G) 아날로그 셀룰러 네트워크와 2세대(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3세대(3G) EV-DO를 거쳐 4세대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까지 성장했다.

1세대 아날로그 셀룰러 네트워크를 제외하고 CDMA, EV-DO, LTE-A 등은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한국의 이동통신은 이제 4G보다 1천배 빠른 5세대(5G)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민관 합동으로 1조6천억원을 투자해 5G 이동통신을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 상용화 중인 LTE-A는 최고 속도가 150Mbps(초당 메가비트)다. 800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43초가 걸린다. 그러나 5G의 최고 속도는 1Gbps(초당 기가비트)로, 같은 용량의 영화를 내려받는 데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빠른 속도로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으므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도 대중화할 전망이다.

고용량 영화도 순식간에 내려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파일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기보다는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는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소유의 종말-접속의 시대'가 한층 더 현실 속으로 다가오게 되는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통신 속도가 기가비트급으로 빨라지면 지금까지는 통신망에 연결하지 않았던 기기들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가령 냉장고는 현재 어떤 식재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어떤 식재료가 상할 위험이 있는지, 보관한 식재료로는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를 스마트폰이나 다른 착용형 스마트 기기에 전달해준다.

자동차는 때맞춰 정비해야 할 항목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목적지만 정해주면 알아서 자동으로 운전한다. 신호등은 교통량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된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이제 사물인터넷을 넘어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스마트 2.0 시대의 도래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모습도 바뀔 전망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요금을 주 수입원으로 하기보다는 5G 망을 기반으로 건강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과 빅데이터, 플랫폼 등 사업의 파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30년의 비약적 도약의 경험을 살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비상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의 30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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