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육지원 예산이 10여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는데도 여성 고용확대 효과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0일 '보편적 보육지원확대가 취업모 양육비용에 미친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004년과 2012년의 보육실태조사를 토대로 이런 주장을 폈다.

윤 연구위원은 "2003년 3천억원에 불과하던 중앙정부의 보육지원예산은 2013년 4조1천4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보편적 보육지원 확대를 정치권이 주도하면서 취업모 수요를 반영해 지원체계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많은 여성에게 보육지원의 혜택을 제공하는데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취업여부를 고려한 보육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은 여성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하루 3~4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취업모에게는 퇴근시간까지의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취업모의 월 평균 보육서비스 이용비용은 2004년 31만7천원에서 2012년 30만8천원으로 소폭 줄었다.

미취업모의 비용이 13만8천원에서 15만9천원으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비용 격차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취업모의 비용이 두배 가까이 많다.

공적지원시설 이용시 비용은 취업모와 미취업모 모두 8만~9만원 가량 줄었다.

문제는 공공 보육시설이 부족해 사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보내는 경우다.

개인 부담의 사적서비스만을 이용하는 취업모의 비율은 2012년 14.8%에 이르는데, 이들의 보육비용은 2004년 35만2천원에서 2012년 64만8천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조건의 미취업모 비용이 18만5천원에서 22만9천원으로 늘어난 것보다 증가폭이 더 크다.

보육지원 확대에도 여성 고용률은 뒷걸음쳤다.

우리나라는 출산과 육아로 노동시장에서 퇴출했다가 자녀 연령이 상승한 후 재진입하는 M자형 곡선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2002년 20대 초반의 여성고용률이 58.3%, 30대 초반이 48.6%로 약 10%포인트의 낙차를 보인데 반해 2012년에는 20대 후반의 고용률이 68%, 30대 후반은 54.1%로 14%포인트의 차이를 보여 M자 형태가 더 악화했다.

영유아(0~5세)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도 35.9%에서 34.6%로 후퇴했다.

윤 연구위원은 "취업여부를 고려한 보육지원이 이뤄져 실질적으로 취업여성의 보육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이와함께 보육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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