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나들이 철로 접어들면서 주말이면 휴양지나 놀이공원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댄다. 특히 지난해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제주도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신록의 계절이지만 꼼꼼한 준비 없이 무작정 나섰다간 즐거워야 할 나들이가 고생길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자녀와 고령의 부모님 등 노약자와 함께 떠나는 나들이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풍광이나 휴양시설을 즐기려면 적잖은 시간 동안 걷고, 서서 기다리기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 특히 제주도는 올레길과 비자림, 사려니숲길, 절물휴양림 등 ‘걸으면서’ 원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들이 각광 받고 있다.

제주 튼튼병원 박수영 병원장은 “평소 허리나 무릎이 좋지 않은 경우 오래 걷거나 서있으면 피로가 누적돼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며 “체중 부담을 덜어줄 준비물을 챙기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발을 땅에 디딜 때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려면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착용하거나 신발바닥에 깔창을 덧대는 것이 좋다. 또한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는 신발을 신어야 무릎관절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걸을 때는 발뒤꿈치에서부터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지면에 닿게 걸어야 발에 부담을 주지 않고, 걸음걸이가 11자를 유지해야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등산스틱을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라면 유모차를 꼭 챙겨야 한다. 오래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족이 번갈아 안아주거나 업어주는 일이 흔한데, 자칫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척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제주 튼튼병원 박수영 병원장은 “아이를 업거나 안고 장시간 걸으면 디스크가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아 허리디스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반드시 유모차를 챙겨 되도록 아이를 업거나 안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휴대하기가 불편해 아기띠를 이용하는 경우엔 아기가 밑으로 처지지 않도록 어깨 띠를 바짝 조여 안아야 무게가 덜 느껴진다. 안았을 때 허리를 약간 뒤로 젖히는 자세가 척추에 부담을 줄여준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거나 업어야 할 때는 앉은 자세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허리 힘으로 일어서거나, 선 채로 허리를 숙여 아이를 안아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뼈와 연골이 약해진 아이 엄마나, 퇴행성 변화가 진행 중인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아이를 업을 때는 허리를 약간 굽히고 선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등에 올려야 한다. 안을 때는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서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아빠는 목말 태우기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 목뼈는 그렇지 않아도 신체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 부위다. 거기에 더해 체중이 적잖이 나가는 아이를 목에 앉힐 경우 잘못하면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업무상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 평소 목과 어깨가 자주 뻐근했다면 목말을 태울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목디스크는 주로 잘못된 자세가 원인인데, 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방치됐다가 통증이 심해진 다음에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목말을 태우고 싶다면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큰맘 먹고 나들이를 떠났다가 응급상황을 겪거나 집에 돌아와 몸져눕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제주 튼튼병원 박수영 병원장은 “여유를 느끼기 위해 떠난 여행인 만큼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으려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욕심내기보다 휴식을 적절히 취하며 가족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며 “중간 중간 함께 심호흡하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숙소나 가정에 돌아와서는 마사지와 온찜질로 뭉친 근육과 관절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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