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표방하고 있는 모든 단체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등록을 마치고 합법성을 갖춘다. 헌법은 국민들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다만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때에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내세운 법치국가에서 국민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다. 그러기 때문에 누구든지 단체를 결성하고 활동할 수 있지만 그것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정식으로 등록된 단체냐 아니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각종체육단체나 문화단체 등 굳이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단체 같으면 억지로 합법성을 갖출 이유가 없다. 그러나 순수 아마추어 모임이라고 할지라도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걸리는 게 많다. 예를 들어 회원들에게 장관상을 수여하려고 할 때에도 등록이 된 단체가 아니면 장관상을 주고받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장 단순한 실례를 들어보더라도 단체 활동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법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그것이 체제 내에서 보호를 받는 일이다. 특히 노동조합은 사회활동을 하는 단체 중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출중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 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기타 수많은 단체들도 이에 해당된다.

노조는 단체결성의 자유는 물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여하에 따라서는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간혹 나타난다. 특히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철도나 지하철 같은 공공단체의 노조가 어느 날 갑자기 파업에 들어가면 시민들의 발은 꼼짝 못하고 묶이게 된다.

정부에서는 온갖 비상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이에 대비하지만 며칠 못가서 손을 들고 만다. 노조의 파업은 단체교섭이 결렬되었을 때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대개 노조 지도부의 결정이 분수령이 된다. 그래서 강경노조냐 연성노조냐 하는 말을 듣게 되는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한노총과 민노총이라는 두개의 거대중앙노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한노총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민노총이 최대의 힘을 가진 공룡이 되어 있다. 민노총에 가입되어 있는 많은 산하노조 중에서 가장 큰 힘을 쓰는 단체의 하나가 전국교원노동조합이다.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전교조는 한 때 조합원수가 10만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좀 줄어들어 6~7만 정도라고 하는데 이들의 숫자가 명백하게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우선 교육청에서 이를 발표하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명단조차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조전혁의원이 이를 인터넷으로 발표했다가 ‘1일 3천만원 벌금’이라는 호된 시련을 받고 며칠 만에 내려야했던 일이 있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때 보수후보로 경기도 교육감에 도전했으나 진보교육감후보 이재정에게 패했다. 명단공개가 하루 3천만 원 벌금이라는 것은 황제노역 1억~5억보다도 더 엄청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법에서 결정한 일을 누가 항변하겠는가. 이것도 전교조가 제소(提訴)하여 결정되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에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하는 법원의 결정이 내렸다. 멀쩡한 전교조가 왜 ‘법외노조’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변질되었을까.

그것은 전교조 자신이 스스로 택한 일이다. 수만 명의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는 전교조 조직원 중에서 9명이 실정법을 위반한 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교사직을 잃었다. 전교조는 자신들의 정관에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당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불법규정이다.

법에서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해서 이들의 자격을 박탈하라고 선고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한 것이다. 전교조는 법절차에 따라 항소 등 법적투쟁을 계속할 것이지만 상급법원에서도 실정법에 정해진 규정이 있는 한 구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전교조의 입장에서는 9명의 조합원을 거친 황야로 내보낼 수 없는 딱한 입장이 있지만 그들 때문에 수만 명의 조합원 전체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조로 내몰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전교조는 국제노동기구에도 호소하고 새로 당선한 진보 교육감까지 동원하여 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려고 시도했으나 명문으로 규정된 실정법을 이겨낼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투쟁만 내세워 힘을 과시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조퇴투쟁’ ‘연가투쟁’ 등 나름대로 정해진 법의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전개한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의 투쟁은 ‘불법을 합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전교조 투쟁에 냉소를 보낸다. 지금 사회는 ‘관피아’로 얼룩진 적폐를 도려내겠다는 국가개조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이성을 되찾아 불법을 지양하고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고 맑은 내일을 기약해야만 한다. 법을 따르지 않는 노조로 사회를 일시적으로 혼란시킬 수는 있겠지만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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