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 담보제공 여부가 핵심변수

[중앙뉴스=신주영기자]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CNI 유동성 문제를 채권단이 도울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부CNI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개인투자자 피해를 고려할 때 법정관리 이전에 극적으로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제철은 30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으나, 신용보증기금이 지원에 신중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자율협약이 아닌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동부CNI의 회사채 상환만기 도래를 앞두고 회사 정상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CNI는 담보부사채 발행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길이 막히게 됐다"며 "해결방안을 두고 채권단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동부 측은 그룹 재무구조개선 계획에 따라 담보부회사채 250억원을 발행하는 선에서 동부CNI의 유동성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회사채 발생 신고서 정정을 요구키로 함에 따라 내달 5일 만기도래에 이전에 정상적인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졌다.

채권평가기관들이 동부CNI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나 'BB'로 한두 단계씩 낮추면서 발행 시점과 상관없이 회사채 공모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발행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투명해지자 동부CNI는 27일 회사채 발행신고서를 자진철회했다.

동부CNI는 "보유현금 및 가용자산 등을 활용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동부CNI가 자체 자금능력만으로는 회사채 만기도래분 500억원(7월 5일 200억원·7월 12일 300억원)을 모두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부CNI는 지난 20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청약 및 발행일정이 지연되면 우선 보유자금을 활용해 상환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그때까지 보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환미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음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부CNI는 차입 구조상 채권단 구성이 어려워 은행권 여신 비중이 높은 동부제철과 같이 개별 회사 단위로 채권단의 별도 지원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CNI는 채권단 구성이 어려워 차환 발행에 실패하거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부CNI는 지난달 말 기준 총차입금이 2천522억원으로, 가운데 은행대출은 342억원에 불과하고 제2금융권(680억원)이나 공모회사채(1천500억원)의 비중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CNI의 경우 제2금융권 여신이 워낙 많아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동부그룹이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동부로서는 동부CNI가 채무불이행으로 가는 길을 어떡해서든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동부CNI가 채무불이행에 들어갈 경우 과거 재무적투자자와 맺은 계약에 따라 김준기 동부 회장의 동부팜한농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등 일부 자회사들이 계열에서 분리되게 된다.

동부CNI 지원 문제를 두고 동부와 채권단이 갈등은 빚은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 문제와 장남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005830] 지분 담보제공 문제가 진전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회장 측이 끝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내놓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금융 부문을 제외한 비금융 계열사들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도 동부CNI가 이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도록 방치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부CNI 회사채를 사들인 개인투자자의 피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한편 동부제철은 30일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발송하기로 해 본격적인 자율협약 체결 절차에 들어선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이 재무개선계획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자율협약 체결에 차질이 우려된다.

신보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이 무산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후속조치가 있어야만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가 채권 차환발행 지원을 거부하면 채권단은 부담이 큰 자율협약 대신 워크아웃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차환발행심사위원회는 내달 3일 차환발행 심의를 다시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아야 추가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 측에 가능한 모든 것을 다 내놓아야민 자금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