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윤지현 기자]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에볼라 공포는 우리 식탁까지 점령했다.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수입된 수산물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형마트들이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에볼라 진원지     © 방송캡처

에볼라 바이러스가 출현한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올해 들여온 수산물은 천억 원 어치가 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이 들여오는 냉동 민어와 침조기의 경우 추석 차례상에도 오르는 음식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잇따라 서아프리카산 수산물의 판매를 중단했거나 중단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빈도 대부분 서아프리카에서 수입되고 있어 제과업체들도 긴장 속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의 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자 가운데 생존자도 적지 않다. 전체 감염자의 60% 정도가 이미 사망했지만, 완치자도 결코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분석해 보면 공포의 바이러스 에볼라를 이기는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은 아직 생존자들이 어떻게 에볼라로부터 완치될 수 있었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현재로써는 에볼라를 치유할 수 있는 마땅한 처치나 치료제도 없다. 하지만 일부 연구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생물학적 단서들이 발견되고 있다.

영국 랭카스터 대학의 생물정보학 더락 개덜러 연구원에 의하면 에볼라는 각종 감염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면역세포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특히 'CD4'와 'CD8 T 림프구'로 불리는 감염자의 면역세포가 감소했다.

이들 림프구는 면역시스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만약 감염자가 초기에 에볼라의 면역세포 공격을 잘 방어하고 살아남는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즉 생존자들은 감염 초기에 면역세포의 손상을 적게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사망자들은 초기에 에볼라 바이러스스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사망에 이르렀다. 이는 면역시스템이 혼란에 빠져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작은 혈관들의 파열로 이어져 혈압을 떨어트리게 되고 이 같은 현상이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면 결국 사망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1,711명이 감염돼 932명이 이미 숨졌다. 역사상 최악이다.

에볼라를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로, 백혈구 항원B로 불리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2007년의 한 연구에서 이 B07과 B14로 불리는 특정 형태의 이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에볼라에 감염돼도 생존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B67과 B15로 불리는 다른 형태의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사망확률이 높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NPCI로 불리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이다. 연구실에서 NPCI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의 유전자를 채취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바이러스 저항력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인 3~400명 가운데 1명은 이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실제 이 유전자가 에볼라 저항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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