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명예가 아쉽다
대한항공의 명예가 아쉽다
  • 이윤범 칼럼
  • 승인 2014.1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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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아침에 CNN 뉴스를 보면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남녀 앵커 두 사람이 서로 농담을 하듯 웃으면서 뉴스를 전하는 것이었다. 바로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건을 전하면서 황당한 사건인양 보도를 하였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사소하다. 대한항공 사주인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뉴욕 JF 케네디 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의 1등석에 앉아있었다.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로 견과류(땅콩)봉지를 뜯지 않고 가져다주었다.

 

이에 화가 난 그녀는 서비스 규정을 따졌다. 견과류를 먹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고, 봉투를 뜯어서 접시에 담아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승무원을 관리하는 총책임자인 사무장을 불러 규정집을 찾아오라고 했다. 그가 쉽게 규정집을 찾지 못하자 이미 출발한 비행기를 다시 되돌려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가족을 흔히 로열패밀리라고 한다. 로열패밀리의 원래 뜻은 “왕실”이며, 군주제 국가에서 국왕의 일가족을 일컫는 총칭이다. 군주제 국가 중에서 왕실이 아직도 거의 신(神)적인 대접을 받는 곳이 태국이다.

 

태국 왕실을 비난하거나 욕을 하면 왕실모독죄로 큰 처벌을 받는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예외는 없다. 지난 2009년 호주인 작가인 해리 리콜레이즈(Harry Nicolaides)는 익명으로 처리된 태국 왕세자의 무분별한 사생활을 그린 소설의 내용이 태국왕실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자신의 유죄를 인정함으로서 3년을 감형 받았다. 태국에서는 버스나 도로 곳곳에 붙어있는 국왕의 사진에 낙서를 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2007년 스위스에서 온 한 남성이 국왕의 초상화에 낙서를 한 혐의로 체포되어 유죄 평결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폐를 줍기 위해 지폐에 새겨진 국왕의 사진을 밟아서도 안 된다. 군주제가 폐지된 우리나라에서 불러지는 재벌가의 명칭이 이런 군주제의 왕실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지 염려스럽다.

 

경제의 역사를 보면 먹을 것이 도처에 산재해 있던 원시시대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했다. 그 후 인구가 증가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부터 인간에게는 계급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노예국가와 봉건시대를 겪으면서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렀다. 어떤 이가 말하길 자본주의 시대는 경제력에 따라 분명한 계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양극화라는 말도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나타내는 말로 계급을 나타내는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갑질”, “수퍼갑질”, “땅콩갑질” 등 수많은 용어들이 정제되지 않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 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갑과을”의 개념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 “갑과을”의 폐해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드러내놓고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이것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본주의는 우리보다 훨씬 더 이전에 유럽국가와 미국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깊숙이 자리 잡은 이런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는 계급의식은 크게 찾아 볼 수 없다. 혹시 위계질서를 크게 강조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권위주의가 그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느끼지만 식사를 위해 식당에만 가도 상석과 하석을 구분해야 할 정도로 위계질서에 민감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SNS의 위력으로 표면화된 이번사건이 전 세계에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며칠 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워치(HRW)가 인도네시아 경찰당국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여성경찰 지원자 처녀성 검사 실태를 고발한 사건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성이 경찰이 되려면 생물학적인 처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전 세계가 이런 황당한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대한항공은 회사 규모나 서비스 명성으로 볼 때 이미 세계의 13위 항공사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성장하는데 국민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좋지 않은 일로 기업이나 국가의 명예가 실추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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