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을 통해 한반도에 갈등과 긴장을 높이는 것보다..."




















 
 
인공위성 발사인가 미사일 발사인가

북한이 4월 5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대부분의 남한 언론과 미국을 비롯한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하지만 이는 왜곡이나 억지다. 발사 추진체 또는 운반수단인 '로켓'에 '폭탄 (미사일)'을 실은 게 아니라 '통신위성'을 실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일지라도, 로켓으로 운반한 물체가 분명히 위성인데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우기는 것은 북한을 비난하기 위한 왜곡이나 억지가 아니겠는가. 이를 의식한 듯 며칠 뒤부터는 로켓을 발사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옹색하다. '무엇 (위성)'을 쏘았느냐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어디 (로켓)'에 싣고 쏘았느냐만 얘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는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북한은 자신이 쏘아올린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발사체 (로켓)와 탑재물 (위성) 둘 다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과 실패했다는 미국 가운데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만약 북한이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4월 9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국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는데 경축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테고, 미국이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그대로 인정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인공위성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아무튼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에 보여주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말 그대로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로,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5,000km 이상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어떤 방법으로' 날아가느냐에 따라 '순항 (cruise) 미사일'과 '탄도 (ballistic) 미사일'로 나뉘고, '얼마나 멀리' 날아가느냐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 그리고 '장거리 (대륙간) 미사일'로 나뉜다. 순항 미사일은 컴퓨터의 조종을 받으며 지상에서 가까이 또는 고도가 낮게 대개 단거리 (1,000km 이내)나 중거리 (1,000-3,000km)를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탄도 미사일은 자체 추진력으로 하늘 높이 솟았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미사일로, 특히 5,000km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주로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사용된다.

참고로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은 폭격기와 잠수함 그리고 미사일 등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면, 핵무기를 비행기에 싣고 태평양 상공을 10시간 안팎 날아가거나 배에 싣고 태평양 바다 밑을 며칠 동안 항해할 필요 없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실어 수십분 안에 미국까지 날아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미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요, 인공위성 발사가 실패했을지라도 미국이 북한의 협상 요구를 외면하지 못할 배경이다.

이와 관련하여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을 때 미국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살펴보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를 쏘아올리자 미국은 깜짝 놀라 1958년 항공우주국 (NASA)을 창설하고 과학기술 예산을 크게 늘렸다. 핵무기를 실은 소련의 미사일이 미국까지 바로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1958년부터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있었다. 그 때 미국이 얼마나 기겁했으면 '스푸트니크 충격 (Sputnik shock)'이란 영어단어까지 생겼겠는가.

 인공위성 발사의 목적과 이유

 그렇다면 미국의 경제제재나 군사적 대응 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기어코 인공위성을 발사한 목적이나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정치적 배경으로 4월 9일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고 여기서 김정일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은 최고지도자로 다시 추대된다. 이러한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안으로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며 긍지를 갖는 한편, 밖으로는 과학기술 및 군사력을 자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둘째, 경제적 배경으로 미사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를 '새로운 상품 전시회'로 삼았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주로 중동지역에 미사일을 많이 팔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미사일 '신제품'에 대한 판촉 활동을 벌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남한 정부와 언론은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먹을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막대한 경비를 들여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그 비용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비난하는데, 북한에게는 그 비용이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셋째, 군사적 배경으로 북한은 위성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린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이다. 남한을 포한한 많은 나라들은 다른 나라의 로켓에 위성을 실어 보냈다. 그래서 지금은 약 400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의 위성은 한반도 상공의 사진을 통해 북한 곳곳을 이 잡듯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겠지만,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은커녕 남한조차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을테니 자신의 안보를 위해 위성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넷째, 외교적 배경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과 적대 관계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거나 국교를 정상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2009년 4월 현재 백악관이 설정해놓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외정책은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종식하는 것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세력을 격퇴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외정책의 다음 목표로 핵무기 확산 방지를 꼽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보다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더 시급한 해결 과제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이란 핵무기를 미리 막는 것이 더 쉽고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반미 국가들을 제압하며 석유를 안전하게 확보해오고 있는 터에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중동에서의 세력균형이 깨지고 석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데, 북한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핵미사일을 미국에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온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될수록 빨리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여 북미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게 아니겠는가.

북미 관계는 어떻게 진전될까

 미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이전부터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겠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 '미사일 회담'을 벌일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은 이른바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기존 6자회담을 통해 협상을 벌이고, 미사일에 관해서는 새로운 양자회담을 통해 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핵 문제는 미국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쉽게 진전될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겠다고 명시해놓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이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인정하면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같은 핵물질을 추출하거나 그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뜻이다. 북미 협상이 큰 어려움 없이 타결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갖게 하는 이유다.

미사일 회담은 2000년 클린턴 정부가 끝날 무렵 거의 타결될 뻔했다. 부쉬 정부에서는 클린턴 정부의 북미간 합의사항을 모두 무시해버렸지만, 클린턴 정부의 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 정부에서는 당시의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이 시작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남한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까

 남한은 북한 인공위성 발사의 목적과 이유 등을 제대로 파악하여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공위성 발사가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지 남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게 되더라도 장거리 미사일은커녕 중거리 미사일도 필요 없을 것이다. 1,000km 단거리 미사일 가지고도 전라도나 경상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사정거리 안에 둘 수 있으며,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은 대포 (장사정포)로도 불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남한은 북한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핵무기로 공격을 당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해준다는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다.

남한도 중거리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우선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승수 국무총리는 4월 7일 남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PSI)'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는데, 북한과의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뜻일까.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격렬하게 반대하는 터에 남한 안보에 무슨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경제 제재 역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유엔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을 통한 제재는 가하기 어려울 것이며,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북한과의 교역액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제재의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이와 입술의 관계 (脣齒關係)'로 안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고 긴장이 커지면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는 북한 경제보다 외국의 투자와 무역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남한 경제가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체제가 좋아서도 아니고 북한 사람들이 불쌍해서도 아니라 남한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과잉 대응을 통해 한반도에 갈등과 긴장을 높이는 것보다 대화와 협상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발췌; 플러스코리아 고문(평화통일신문 발행인) 고순계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행정언론학부 교수)

* 이 글은 [원대신문] 2009년 4월 13일자에 실린 것으로, 영세중립통일협의회 (3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및 대학사회포럼 (4월 1일, 원광대학교; 4월 2일, 전북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평화통일신문에 보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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