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 기자]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예금 무단 인출사고'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NH농협에서 두 건의 무단 인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농협고객들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농협 예금통장을 보유한 A 씨는 지난해 4월 14일 자신의 계좌에서 예금 2000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돈은 직전 주말인 12일과 13일에 수차례에 걸쳐 두 사람의 계좌로 나눠 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 해당 은행지점을 방문한 A 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보험에서 800만 원이 대출된 사실도 알게 됐다. 그나마 A 씨의 지급정지 요청으로 대출금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A 씨 신용카드로 280만 원이 결제되거나, 카드대출 300만 원이 이뤄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누군가에 의해 A 씨 카드에 대한 지급정지가 해제되거나, 다른 은행에서 신용카드가 발급되는 일도 있었다.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예금 인출이나 카드 신청 과정에서 사용된 인터넷 IP 주소를 추적하고, 돈을 이체받은 통장 주인 2명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IP 주소는 서울의 한 백화점 것이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체된 통장 역시 대포통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범인의 윤곽이나 정확한 수법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해 아쉬움을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와 다르게 공인인증서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완벽히 유출된 사례로 보인다"면서 "IP 주소, 이체 통장, 새로 발급된 카드 수령인 등이 모두 도용되거나 제삼자로 확인돼 추적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측은 A 씨의 피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피해를 보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말에도 전남 광양의 한 농협 계좌에서 1억2000만원이 무단 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나 역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한 고위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범인이 폰뱅킹을 이용해 피해자 계좌의 예금을 빼돌린 사건"이라며 "범인은 전화번호를 변조함으로써 농협 전산망에 접속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접속 후 어떻게 돈을 빼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OTP, 보안카드 등의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4월과 6월 발생한 두 무단 인출사고는 본인 인증 및 보안을 위한 장치가 뚫려서 발생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앞서의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완벽한 보안장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경우 언제든 해킹 피해의 위험성이 있고, 보안카드 역시 스캔 등의 방법으로 컴퓨터 내에 저장할 경우 위험하다는 것. OTP가 안전하다곤 하지만, 상대방의 요구에 비밀번호를 불러줄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에 관련하여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인출사고 관련해 FDS구축과 NH안심보안카드를 도입해 전자금융관련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NH안심보안카드는 평면 보안카드에 IC칩을 탑재해 실물이 없이는 인터넷 및 스마트뱅킹 거래가 불가능하여 피싱, 파밍 등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카드이다.

 

FDS는 전자금융거래 접속정보, 거래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상금융거래를 탐지 및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농협은 금융거래 수집정보, 이상거래 데이터 축적 등과 함께 FDS 전문 상담센터를 신설해 올해 말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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