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 인질 두 명 중 한 명이 살해됐다는 영상 메시지가 24일 공개됐다.

 

일본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판하면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으나 미국은 살해 사실을 전제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IS로 추정되는 세력(이하 IS 측)은 앞서 제시한 몸값 2억 달러 요구를 철회했으며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를 석방하면 나머지 인질 한 명을 풀어주겠다고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 심야에 '1명 살해' 영상 전격 공개 

 

24일 오후 11시를 넘겨 인질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유튜브로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또다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47) 씨가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으며 여기 덧붙은 영어 음성은 사진에 유카와 씨가 살해된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고토 씨가 든 흐릿한 사진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인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장면과 주황색 옷 위로 사람의 머리 부위가 보이는 장면이 각각 담겼다.

 

음성 메시지는 '나는 고토 겐지'라며 '납치 세력이 더 이상 돈을 원하지 않고 요르단 정부에 의해 수감된 사지다 알리샤위(45)를 석방하면 내가 풀려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알리샤위는 2005년 11월 6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요르단 암만 테러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은 이라크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이며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를 이끌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측근 혹은 친척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에 출연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세력에 인질로 잡혀있던 유카와 하루나 씨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 대해 "신빙성이 높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인질 가족 "머릿속 새하얘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언어도단이다. 용납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하고 25일 새벽 긴급하게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시신이 확인되지 않아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살해를 부정할 만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질의 가족은 큰 충격에 빠졌다. 

 
유카와 씨의 아버지 아버지 쇼이치(正一·74) 씨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이상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심경을 밝혔다. 
 

고토 씨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石堂順子·78) 씨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이라며 "현실의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빨리 겐지가 돌아오기만을 믿고 있다"고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국가정보국(DNI)이 영상의 신빙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는 등 인질 살해를 기정사실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하게 비난한다. 고토 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성명을 발표했으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협력해 IS를 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남은 인질-테러범 교환 협상 여부 주목 

IS 측이 몸값 2억 달러 대신 요구한 알리샤위의 석방을 두고 일본과 국제 사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에 관해 "사태가 진행 중이므로 답을 삼가겠다"면서도 "인명 최우선의 관점에서 요르단과 긴밀하게 연대해 대응한다"며 협상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은 1977년 적군파가 항공기를 납치하고 승객을 인질로 잡았을 때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당시 총리가 "인명은 지구보다 중요하다'며 몸값을 내고 적군파 측 활동가 6명을 풀어주는 등 1970년대에 인질 사건에서 협상에 응한 사례가 있다.

 

IS 측이 몸값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일본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애초에 몸값을 요구한 것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에 따른 것이었고 테러 세력과 협상하면 이후 일본인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 여론의 움직임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IS 측이 기존과 달리 동영상이 아닌 음성이 첨부된 영상을 공개해 일본 정부를 혼란스럽게 하고 여론을 떠보고 있다며 경계를 당부하기도 전문가도 있으며 알 리샤위를 붙잡아 둔 요르단의 반응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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