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가 적용되는 개정 노사관계법의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 곳곳에서 노사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회사가 임금을 줄 수 있는 노조 전임자의 범위를 정하고 그밖에는 원칙적으로 임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급 노조 전임자 수가 종전보다 대폭 줄어들게 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주요 기업 노사는 새 제도에 맞춰 전임자 수 등을 조율하고 있으나 감소폭 등을 놓고 상당수 사업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전임자 수 제한에 `상후하박' 원칙이 적용돼 노조 전임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게 되는 대기업에서 노사가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가장 격한 파열음이 나오는 곳은 기아차다.

   현재 노조 전임자가 181명인 기아차는 법령에 따르면 그 수를 10분의 1 수준인 18명으로 감축해야 한다.

   노조는 다음 달 시행되는 노사관계법을 아예 무력화하겠다며 투쟁에 나섰고, 사측도 `법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현행 전임자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이 "불법을 강요하는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자 최근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도 노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측은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상 개정안에 타임오프제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법 시행 이후로 유예하자고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안을 마련하면 이를 놓고 협상을 진행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며 STX조선해양은 임단협 과정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전임자 축소와 노조 운영비 지원 금지 등 노사관계법 쟁점 사항을 놓고 노사간 힘겨루기 태세에 들어갔다.

   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개정법 시행이 새로운 노사 문화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계열사 중에서 노조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업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기업들도 법 시행 전에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노사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리려 조만간 워크숍을 열기로 했고 롯데그룹도 노사 협의를 통해 면제시간 적용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노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산업계 안팎에서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 90곳을 포함해 204개 업체를 대상으로 타임오프제 전망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0.3%가 `노사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기업의 56.9%가 `노조의 타임오프제 한도 연장 요구가 있으면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나 산업계 곳곳에서 갈등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반면 단협 타결 시기 때문에 당장 타임오프제를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이나 무노조 기업 등은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권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상황이다.

   노조 전임자가 220여명에서 24명으로 줄게 되는 현대차는 작년 말 타결된 단체협약이 내년 3월31일까지 유효한 만큼 이 제도 적용 시점이 내년 4월1일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올해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건설업계는 노조 전임자가 적은데다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어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갈등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삼성그룹과 포스코, 신세계, CJ 등 무노조 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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