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에게 묻다
김 희 숙 
 
한 겨울 매화나무는
참 을씨년스럽다
볼썽사나운 가시들은 뭉툭하다
뭉쳐 다니는 바람패거리나
콕 찔러 터트리겠다는 듯
매화나무의 볼품없는 가시들은
가시거리가 길다
꽃이 아름다운 것들은
자신을 지키려는 말투가
콕콕 찌르듯 날카롭다
 
손차양으로 멀리 살피는 매화 고목
조조의 매림지갈(梅林止渴)이 되어준
든든한 버팀목 매화 고목
힘겨운 한 해 살아내고
터트린 차가운 울분
얼음이 녹은 자리에 서둘러 피는 꽃
봄이 가장 빨리 도착하는 곳 
 
제 몸에 가시 붙이고 사는 것들치고
따가운 속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흰 꽃송이들
그렇게 여리게 틔워내겠는가
 
바르르 떠는 추운 매화가지에
꽃송이들은 언제쯤 도착 하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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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남녘에 매화가 피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설 지나고 나니 어디선가 봄내음이 달려오는 듯하다.
매화는 사군자에 속한 정절의 꽃으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자기와
매화가 탐이 나서 임진왜란을 일으켰다는 일설도 있을 정도이다.
또한 조조는 작전 중에 군사들이 갈증으로 허덕일 때 매실이 있는
마을이 곧 나타날 거라며 그 신맛으로 군침이 돌게 해 군사들이
갈증을 이겨 낼 수 있게 했다는 梅林止渴의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화자는 겨울날 앙상하고 볼품없는 매화나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봄을 보았나보다.
겨울 나고 가장 일찍 꽃을 보여주는 매화,
고단한 겨울을 나느라 고생했다고 위로하듯 서둘러 피는 꽃이다.
우리도 지루한 겨울 고개 넘었으니 향긋하고 도도한 매화의 詩香에
잠시 빠져봄이 어떨까?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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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시인
2011년 〈시와표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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