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버드맨'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버드맨'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받았다. 영화는 최다 부문(9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버드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꿈과 명성을 되찾고자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앞서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감독조합상과 미국배우조합상에서도 각각 감독상과 작품상(캐스팅상)을 차지했다. 멕시코 출신 감독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아카데미에서 사상 처음으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그래비티)이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멕시코 출신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7년 '바벨'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모순이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개인적인 경험, 이런 것들을 다 융합해서 우리가 함께 훌륭한 분들과 함께 새로운 차원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훌륭한 작품은 세대를 넘나들어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영화 뒤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영웅"이라고 고마워했다.

 

작년 아카데미에서 '그래비티'로 촬영상을 받은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버드맨'으로 2년 연속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반면 '버드맨'과 작품상·감독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여우조연상(패트리샤 아퀘트) 수상에 그쳐야 했다.

 
'버드맨'과 함께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던 웨스 앤더스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술상과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 등 제작 부문에서 4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남녀주연상은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줄리안 무어(스틸 앨리스)에게 돌아갔다. 에디 레드메인은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 역을, 줄리안 무어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교수 역을 각각 맡아 열연했다.  

 

공교롭게도 두 배우 모두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해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각각 품에 안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남녀조연상에서도 이변은 연출되지 않았다. 남우조연상은 J.K.시몬스(위플래쉬)에게, 여우조연상은 패트리샤 아퀘트(보이후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둘다 아카데미의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미국배우조합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남녀조연상을 휩쓴 바 있다.  

 

'위플래쉬'는 남우조연상 외에도 편집상과 음향효과상을 추가하며 선전했다.음향편집상은 '아메리칸 스나이퍼'에게 돌아가 다소 이례적으로 음향효과상 수상작이 아닌 다른 작품에 수여됐다. 각색상은 '이미테이션 게임'이 차지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가 받았다. 디즈니는 이번 수상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한 개 더 추가해 이 부문에서 총 10개의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단편 애니메이션상은 '피스트'가 차지했다. 

 

외국어영화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에게 돌아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시티즌포'는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단편다큐멘터리상은 '크리시스 핫라인'이, 단편 영화상은 '더 폰 콜'이 각각 수상했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끈 '인터스텔라'는 시각효과상을 받아 겨우 무관의 굴욕을 면했다. 미국 최대의 영화 축제답게 축하 공연도 풍성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50주년을 기념해 헌정 공연을 펼쳤다. 주제가상을 받은 '셀마'의 '글로리'를 존 레전드가 부른 것을 비롯해 '로스트 스타즈'(비긴 어게인), '에브리싱 이즈 어썸'(레고무비), '그레이트풀'(블랙버드) 등 영화 속 명곡이 시상식의 열기를 더했다. 

 

50년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우 줄리 앤드루스는 직접 음악상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올해 시상식은 배우들이 즉석에서 피자를 주문해 나눠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 작년보다 다소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사회자인 닐 패트릭 해리스가 '버드맨'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시상식 도중 흰색 팬티만 입은 채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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