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김영란 법.. 언론인까지 잡겠다는 현대판 족쇄(足鎖)


온 나라가 김영란법으로 시끌시끌하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법안 제출 929일 만에 위헌 소지를 안은 채 국회 통과 했다.

 

졸속 입법 논란 속에 시간에 쫓기듯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국무회의 공포는커녕 법제처 심의도 끝내기 전부터 도로나미타불이 돼 수술대 위에 오를 처지에 몰렸다.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서(上書)가' 나랏님 대전에 올리기도 전에 오히려 정치권에서 보완 입법이 거론되고 있으니 '어허'..급해도 너무 급했다.

 

이런 정치권의 졸속 입법에 심기가 뒤틀린 대한변협이 4일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 관한 규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 심판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법안이 중절(中絶)되기를 기다릴 요량이 아니라면 4월 임시 국회에서‘제대로 된 김영란법’의 옥동자를 재탄생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원안을 만들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 법은“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을 받는 사람까지를 대상으로 하려던 것이 범위가 이렇게 확장됐다”면서

국회 정무위, 법사위를 거치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은 원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공직자를 포함해 언론인·사립교원과 그 배우자 등이 100만 원 초과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논 현대판 족쇄(足鎖)다.

 

이 족쇄(足鎖)의 핵심은 공무원이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직사회 부패문화(腐敗文化)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폰서 검사 사건처럼 향응을 받아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는 현행 형법 사각지대를 보완한 셈이다. 공직자의 직무상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일절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며 직무상 관련이 없는 경우라도 공직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품의 5배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사법만능의 극치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있지만, 부패 차단 효과에 친교활동의 관행까지 변화될 것이라는 커다란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권이 법 통과 후,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정해둠으로써 20대 총선 기간 전후로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의 꼼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김영란법 원안의 유예기간은 1년이었지만, 1년 6개월 후인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데는 20대 총선기간 전에 법이 시행되는 혼란을 피하겠다는 정치권의 복잡한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바라는 '김영란법' 은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不正腐敗)사슬을 끊어낼 '무서운 법'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권력의 꼭지점에 있는 자들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각종 청탁과 접대문화에 혁명적 변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완성의 김영란 법은 '불고지죄' (不告知罪)논란 등 위헌(違憲) 시비가 끊임없이 일 것이고 언론인 등 민간영역으로 대상이 확대 될 것이다.1년 6개월 이라는 유예기간을 만들어 논

정치권의 꼼수에 반부패와 수사 악용이라는 양날의 칼에 대한 논란이 국민들이 바라던 무서운 법이 아니라 오히려 누더기 법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김영란법이 원안자의 의도를 벗어나 엉뚱하게 변질된 것은 꼼수‘여의도 정치’의 진수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으로 성안된 정부안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처벌할 수 없었던 허점을 메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이름만 같았을 뿐 유전인자가 전혀 다른 짝퉁이었다.

 

무엇보다 심의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끼워 넣으면서 위헌 시비를 자초했다. 언론 자유의 보장이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언론인 등을 욱여넣은 건 언론인들에게도 족쇄를 채워야 자신들이 안심이 될 것으로 생각 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언론 못잖게 공공성이 강한 금융기관이나 정부 예산을 쓰는 시민단체들을 제외한 이유를 어찌 설명 할 것인가?

 

법을 통과시켜 놓고 보니 아차 싶었나보다. 형평성 논란이나 위헌 시비가 일어 법 자체가 유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나랏님들이 하기 어려운 어깃장을 부린 꼴이다.

 

항간에는 여야 지도부가 “위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인기영합주의에 꽂혀 합의한 졸렬입법”이란 고해성사(告解聖事)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문제가 많지만 선거에 부담 될까 봐 통과시켰다는 얘기로 들린다.더욱 웃기는 것이 1년 6개월의 법안 시행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19대 의원’들인 자신들은  법망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단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법안의 유예기간 중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국회 스스로 진정한 ‘공직 부패방지법’을 만든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4월 국회에서

재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쓸데없이 예외조항을 만들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국회의원님들을  좋아 할 국민들은 어디에도 없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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